<시리즈> `96상반기 영상산업 결산 (3);음반

음비법 개정, 메가톤급 흥행가수들의 동시다발적인 음반출시, 음반상품권발행결렬 등 올 상반기 한국 음반시장은 급격한 변화의 급류를 탔다.

우선 지난달 7일자로 시행에 들어간 개정 「음반 및 비디오에 관한 법률」은 한국 음악산업의 큰 전환점으로 기록될 만한 일이다.

무엇보다 가요의 사전심의제도가 폐지됨으로써 「창작의 자유」를 얻은 음악인들의 날개짓으로 한국 가요가 풍성해질 것이 기대된다. 그동안 다양한국민정서를 외면하고 사랑타령으로만 일관해온 한국 가요가 살을 찌우며 발전할 토양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일부 업계관계자들은 사후제재에 따른 산업적 피해를 우려하는 기획·제작사들이 실질적인 창작의 자유를 창작자에게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후제재 및 라이선스제작·수입추천을 시행할 공륜과 이를 관장하는 문체부가 과감한 개혁과 함께 산업 전체를 이끌어 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많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개정 음비법을 한국 음악산업의 새로운 출발로 해석하기 보다는 과학적인 법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과도기의 산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올 상반기에는 신승훈·김건모·Ref등 메가톤급 흥행가수들의동시다발적인 음반출시가 국내시장을 주도했다.

특히 신승훈과 김건모의 음반은 발매되기도 전에 소매점들로부터 1백만장이상 선주문을 받는 등 이례적인 현상을 유발하며 지금까지 각각 1백50만장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50만장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진 신인 댄스그룹 클론의 급부상 등 일부특정가수들의 음반이 전체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올 상반기중 가요음반은 약 3백종, 라이선스 및 수입음반은 약 7천종이 소개됐는 데 이중 1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점을감안할 때 몇몇 흥행가수들의 독식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들의 성공은 국외음반에도 영향을 미쳐 마이클 잭슨의 「History」 25만장, 머라이어 캐리의 「Daydream」 50만장, 셀린 디온의 「Falling into you」 12만장 등 해외 블록버스터들의 국내 판매량을 크게 위축시켰다.

이러한 현상은 10대 위주인 「한국 음악소비자들의 편식」과 판매고 증가추이를 홍보효과로 활용하려는 제작사의 「판매량 부풀리기 및 음반 되사들이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음반시장확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음반상품권 발행이 희망업체간 이익다툼과 문체부의 우유부단 때문에 결렬된 점도 올상반기중 음반업계의 큰 관심사였다.

이 사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론되기 시작해 거의 1년이 지났음에도 출발선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달 10일 발표된 상품권제도 개선안에서 재경원은 업무지침 및시·도의 수임준비 등 절차상 준비가 끝나는 내년 1월부터 상품권 인가권을지방정부로 위임한다고 결정함에 따라 앞으로 업계전체를 통합한 음반상품권발행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