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반도체 경쟁력을 살리자 (5);관세제도 개선 (下)

『장비를 통째로 들여올 때보다 국산화를 위해 부분구성품으로 반입시 관세를 더 비싸게 물어야 하는 현행 관세제도는 한마디로 국산화를 하지 말라는 얘기나 같다.』

관세로 인한 국내 반도체산업의 폐해를 얘기할 때 소자보다 더 심각한 것이 바로 장비부문이다.

우선 반도체장비가 워낙 고가여서 여기에 적용되는 8%의 관세부담 또한 만만치 않다. 이는 결국 소자업체들의 원가경쟁력 저하요인으로 나타날 수밖에없다.

소자업체 관계자들은 『대다수 핵심장비를 자국산으로 충당하고 있는 일본과 미국 조차도 각각 0%와 3.7%의 관세를 부과하는 반면 국내 전체수요의 90%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반도체장비에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를 매기는 것은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구조적인 요인』이라고 강조한다.

반도체장비에 대한 현행 관세율은 소자와 마찬가지인 8%. 그러나 첨단산업및 공장자동화품목에 적용하는 감면율 덕택에 실효관세율은 6% 정도이다. 따라서 소자업체들이 장비를 수입할 경우 이런 저런 명목으로 대부분 6% 이하의 관세를 물고 들여오게 된다.

그러나 이를 국산화하기 위해 부분구성품으로 들여올 경우 감면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다. 현행 관세체계 하에서는 부분품에 대해서는 고스란히 8%의관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반도체 장비부품에 대한 관세가 장비완제품의 수입관세보다 높음으로 인해발생하는 이같은 역관세는 장비국산화를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이라는 점에서하루빨리 개선돼야 할 「악법」으로 꼽힌다.

통상 반도체장비는 첨단구성품을 조립·조정 및 테스트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제조된다. 보통 장비 하나에 들어가는 구성품은 수만개에 달하고 유닛 단위로는 수십만개 이상이 소요된다. 이에 따라 장비의 부분 국산화와 원활한 유지보수를 위해서는 원자재인 구성품 수입이 불가피하다. 하지만역관세로 인해 공급업체인 해외 장비업체나 수요업체인 국내 소자업체가 모두 구성품 단독수출입을 기피하고 있다. 일부 업체의 경우 아예 역관세를 피하기 위해 유지보수용 구성품도 장비도입시 한꺼번에 주문하는 바람에 재고부담 등 적지않은 부작용까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반도체산업 급성장에 따라 미·일 등 선진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국내투자가 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선진 해외업체의 단독 및 합작투자에 힘입어 98년까지는 스테퍼를 제외한 대부분의 핵심 전공정장비들이 국내에서 생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미·일업체들이 역관세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를 우려해 국내 본격생산 시점을 늦추면서 유지보수에만 주력하는 등 아직까지 눈치만 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업계는 이에따라 이미 국산화했거나 가능한 품목에 대해서는 99년까지 무세화를 추진하되 내년에는 3% 정도로 낮춰 나가고 스테퍼 등 국산화가 거의 불가능한 제품의 무세화는 조기에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역관세는 하루빨리 시정해 장비 국내생산 기반을 대내외 업체에 마련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당국은 『역관세의 문제점은 인정하고 있으나 어디까지를 부품으로 인정해야 하는지의 기준문제와 타산업과의 형평성때문에 아직구체적인 개선안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는 『아직도 역관세문제가 시정되지 않은 것을 보면 당국이 말로만 핵심장비의 국산화와 경쟁력 제고를 외쳐왔지 실질적인 대안마련은 소홀히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반도체는 첨단 경쟁부품이다. 관세장벽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김경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