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차세대 고속 메모리시장 어느제품이 주도할까

싱크로너스 D램 이후의 고속메모리 시장 대표주자는 과연 어떤 제품일까.

최근 현대전자를 주축으로 후지쯔·미쓰비시·삼성전자·애플·TI·HP·마이크론 등 유력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싱크링크(SyncLink) D램 개발에본격 나섬에 따라 차세대 고속 D램에 대한 관심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올초 LG반도체가 18M 램버스D램 양산계획을 업계 처음으로 발표한 데 이어나온 이번 싱크링크 컨소시엄 발표로 고속D램시장은 이제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접어들게 됐다.

고속D램의 대안으로 인식됐던 싱크로너스 D램이 제대로 자리도 잡기전에벌써부터 차세대 고속D램 시장이 경쟁체제를 이루면서 이처럼 빠른 변화를보이는 것은 무엇보다 PC시장환경을 주도하고 있는 인텔의 입김때문이다.

인텔은 펜티엄프로급 이상의 CPU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싱크로너스제품은 98년 이후 더이상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실제로 싱크로너스 D램의 처리속도는 최고 1백로 펜티엄프로급의 CPU는 물론 그래픽 부문의 원활한 지원이 어려웠다. D램업체 입장에선 총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PC시장 오피니언 리더의 말에 귀기울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또 시장을 선점할 경우 그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가격하락 및 공급과잉 전망 등 불투명한 D램 시장경기도 D램업체들의 고속D램 시장 조기참여를 부추기고 있다. 주력제품을 고성능 D램으로빠르게 전환시켜 호경기때와 같은 수익성을 확보하고 경기국면도 호전시키겠다는 D램업체들의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업계의 관심은 어떤 제품이 고속D램의 주도세력으로 부상할 것인가에 쏠려 있다. 일단은 90년 초부터 고속메모리 시장을 넘봐온 램버스D램진영이 앞서 있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무엇보다 인텔이 아직은 램버스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램버스D램이 대세라고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싱크링크의 전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싱크링크 진영의 발표대로라면 이 제품은 기존 싱크로너스에 비해 데이터처리속도가 최고 5배 가까이 향상돼 현존하는 제품 가운데 가장 빠른 램버스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게다가 데이터버스를 9비트로 하는 램버스와는 달리 16비트를 기본으로 채용, 대역폭은 오히려 넓다. 이는 같은 조건에서 2배의 빠른 성능은 물론 확장성도 유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램버스가 규격을 제한하며 로열티 라이선스 계약을 고집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컨소시엄구성으로 오픈아키텍처를 표방하고 있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어차피 표준화싸움이 D램 유저들에게 얼마나 많은 이득을 줄 수 있는 범용성을 갖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볼 때 이는 분명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또 표준화의 주요변수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세력싸움이다. 그중에서도 유력업체들의 참가여부는 대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최근 IBM과 NEC가 싱크링크 진영에 합류한 것은 이런 의미에서 세력판도에 적지않은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차세대 주력제품의 선정은 자칫 잘못하면 한 기업의도태까지 가져올 정도의 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에 국내외업체 모두 신중을기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대가 싱크링크에, LG가 램버스진영의 선두주자로 뛰고 있는 것과 달리삼성이 양진영 모두에 발을 담그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다.

한편 98년 이후에도 현재의 싱크로너스 D램을 보다 업그레이드시킬 경우차세대 고속메모리 시장에서도 대응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아 PC 메인메모리 시장을 놓고 싱크로너스·싱크링크·램버스 D램 등이 치열한 혼전을 벌일 가능성도 높다.

〈김경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