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의 위상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최근 회원제 할인매장·양판점 등외국 유명할인매장이 대거 등장하고 고객이탈이 가속화하면서 백화점에 대한업계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최근 킴스클럽 등 대형 할인매장에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방문고객들이 북적거리고 있지만 백화점에는 고객들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실제 지난 6일 정기세일에 들어간 일부 시중 백화점의 경우 행사당일 매장방문고객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인 2만명 정도에 그쳐 애를 태우고 있다.
오는 12일부터 일제히 여름 정기세일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백화점들도 할인점 등 신업태와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매장개편을 추진하는 등 고객유치에부심하고 있으나 결과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세일 행사의 매출실적이 지난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지난 40년대 미국에서 꽃을 피웠던 백화점은 50년대 들어서면서 퇴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다점포망·저마진·고회전율 등을 앞세운 시어즈·몽고메리 워드·페니 등과 같은 양판점과 60년대부터 등장한 유명 브랜드상품 할인점들의 적극적인 공세로 시장을 잠식당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유명 백화점은 노드스트롬과 딜라드정도이다. 이들 백화점도 다양하고 특화된 상품구색, 첨단 컴퓨터시스템 도입을 통한 과감한 비용절감 등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백화점들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93년부터 시작된 급속한 엔고 이후 다이에·이토요카도 등 대형 양판점에 의한 「가격파괴」로 백화점의 입지가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백화점 사양론에 무신경이다. 수입품이 몇 배나 비싼값으로 팔리거나 실제로 가격을 내리지 않는 「가짜 가격파괴」로 고객을 끌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바꾸지 않을 때 백화점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침몰할 것이다. 고객들이 좀더 쾌적한 환경에서 쇼핑을 즐길 수있는 분위기를 만들지 않고 많은 고객을 건물 안에 끌어들이려는 전략만 구사하는 백화점들은 고객들에게 외면을 당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