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연중기획 SW산업을 살리자 (22)

<프로그램보호법 현황과 문제점>

컴퓨터프로그램의 저작권 보호와 공정한 이용을 비롯 관련산업과 기술발전을 촉진키 위해 제정한 것이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이다.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은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체제 시절이던 86년 12월 31일 법률 제3920호로 제정돼 이듬해인 87년 7월1일부터 시행돼왔으며 지금까지 네 차례의 개정을 거쳤다.

이 법이 제정된 것은 GATT가 86년 9월 지적재산권을 처음 정식의제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인 95년 12월의 4차 개정은 GATT에 이은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한 것이 계기가 됐다.

WTO는 95년 1월 「WTO/TRIPs(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을 발효시켰는데이는 GATT의 지적재산권을 국가간 통상문제로 확대 적용시키려는 선진국들의이해관계 때문이었다.

따라서 4차 개정은 명목상으로 WTO/TRIPs협정 관련 내용을 신설하는 것이가장 큰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때 업계에서는 그동안 노정됐던 미비점과 문제점 등을 한꺼번에 개정하고자 하는 의견이 분출됐다. 95년초부터 본격화된법개정 논의는 같은 해 정기국회 상정을 목표로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핵심골자로 하는 개정안이 만들어져 입법예고됐다.

1. WTO/TRIPs협정 관련조문

2. 프로그램저작권을 제한할 수 있는 대상의 추가

3. 통신망을 통한 프로그램 배포나 전송행위의 규제

4. 프로그램 위탁관리기관의 지정

5. 리버스엔지니어링의 허용

6. 영상·음악 등 프로그램 결과물에 대한 보호

이들 항목 가운데 1번은 재산권 보호기간을 프로그램이 공표된 다음 연도부터 50년간으로 하고 87년 7월 이전 프로그램도 보호받을 수 있는 소급효를인정하는 것. 2번은 목적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프로그램을 복제할 수 있는,즉 저작권 보호대상이 아닌 범위를 법원 재판용, 교과서 게재 등 교육용, 비영리 가정용, 각종 시험 및 검정용 등으로 확대해놓은 것이다. 3번은 PC통신등을 통해 프로그램을 전송하거나 배포하는 행위를 저작권 침해행위로 보는것이고 4번은 CD롬 타이틀 등 2중 3중으로 재사용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저작권자를 보호하고 이용자들에게 편리를 제공해주는 위탁관리기관 지정항목이다.

5번은 기존 기술이나 제품을 바탕으로 새로운 응용제품을 개발하는 디컴파일레이션 과정(리버스엔지니어링)으로 이를 법적으로 허용하자는 것이고 6번은 이를테면 컴퓨터음악연주용 소프트웨어에 의해 연주된 음악 데이터 등 결과물도 법적으로 보호돼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95년 12월 6일 공포된 4차 개정에서는 1∼4번만 수용됐고 5∼6번은삭제됐다. 5번은 통상문제에 민감하게 얽혀 있었고 6번은 이미 저작권법에의해 보호되고 있기 때문이다.

4차 개정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추진했던 것은 삭제된 5번의 리버스엔지니어링 허용부분이었다. 당시 정부는 리버스엔지니어링을 허용할 경우 외국업체들의 반발을 불러 통상문제로까지 비화될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 입법예고에 앞서 있었던 공청회에서 리버스엔지니어링 허용에 가장 반대했던 이들은 유명 외국계 컴퓨터회사의 고문 변호사들이었다. 리버스엔지니어링이 허용될 경우 자사 프로그램들이 국산 소프트웨어업체들의 디컴파일레이션 대상이 될 것은 불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또 공청회 때마다 美대사관의 상무관이 참석, 예의주시했던 사실만 봐도 리버스엔지니어링 허용여부가 얼마나 민감한 사안이었던가를 짐작해볼 수 있다.

업계, 특히 국산 소프트웨어업체들은 세계적 추세인 리버스엔지니어링 법적허용이 또다시 불가쪽으로 판정이 나자 강력한 불만을 표시했음은 물론이다. 리버스엔지니어링의 법적허용 주장은 소프트웨어 후진국인 우리나라와선진국인 미국 등과의 개발기술 격차를 줄이자는 것에 있다. 외국 제품을 디컴파일레이션하는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으로는 선진 기술과 노하우축적은 물론 표준화를 촉진시킬 수 있고 법적 한도 내에서 응용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함께 삭제된 6번의 결과물 보호부문에 대해서도 당국자는 한 저작물에 대해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과 저작권법 등 2개의 법에 의해 중복 보호된다는점에서 새로운 문제점이 야기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나 저작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본 프로그램은 프로그램 보호법에,그 결과물은 저작권법에 각각 따로 등록해야 하는 폐단이 나타날 뿐아니라 보호기간이 서로 다를경우 발생할수 있는 혼란에 대해서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밖에 4차 개정에서 신설된 3번 항목 즉,통신망을 통한 프로그램의 배포및 전송 제한 부문도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기술환경을 적극 수용할수 있도록 보완 개정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법률 전문가들은 컴퓨터 프로그램보호법은 다른 법률과 달리,보호대상인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이 컴퓨터기술 발전동향에 따라 성격과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년에 한번씩은 개정작업이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