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반도체의 영국 웨일스투자는 무엇보다 국내 반도체업계의 해외투자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유럽지역 첫 진출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LG반도체는 10일 총 19억달러를 들여 웨일스 뉴포트市에 8인치 웨이퍼 3만장을 가공할 수 있는 일관생산라인을 구축, 99년부터 본격양산에 들어간다고밝혔다.
19억달러라는 투자규모는 지난해 미주지역에 대단위 투자를 감행해 당국과관련업계를 놀라게 했던 삼성 및 현대의 투자액보다도 무려 6억달러나 많은규모다.
LG측은 이와 관련 『영국에 구축될 생산라인은 0.35의 회로선폭 기술을 기본으로 한 첨단공장이 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설비투자비가 종전보다 많이들고 조립라인도 보기드문 첨단시설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LG의 웨일스공장 건립이 갖는 또 하나의 의미로는 국내 반도체업체의사실상 첫 유럽진출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유럽은 이미 국내 반도체업계에는 미국에 버금가는 투자지역으로 꼽힌다. EU의 탄생으로 통합된 하나의 거대한 블록형태를 띠고 있는 이곳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현지공장 설립이시급하다는 판단을 갖고 있었다.
특히 영국은 여타 유럽국가보다도 가장 이점이 많은 투자적지로 꼽혀 왔다. 우선 영어권이어서 현지인과의 의사소통에 별 문제가 없고 산업국가로서의 전통이 강해 양질의 노동력이 풍부하다. 또 반도체생산에 가장 중요한 용수·전력 등 기본 인프라시설과 각종 세제혜택도 만만치 않다. 이번 공장부지로 웨일스를 낙점한 데는 뉴포트지역이 런던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항구도시로 물류가 용이하다는 것외에 바로 이같은 기본배경이 깔려 있다.
이와 관련 LG측의 한 관계자는 『당초 스코틀랜드 등도 고려대상지역이었으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LG전자와의 복합단지 육성계획과 함께세제지원 등 각종 현지 지원측면에서 웨일스가 유리해 최종 낙점했다』고 밝혔다.
이번 웨일스투자는 LG입장에서 보면 반도체사업 구조조정을 대내외에 선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LG는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웨일스공장에서 D램이 아닌 멀티미디어용 비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생산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발표한 「MPACT」칩을 포함한 임베디드 메모리 등이 가능한 제품이라고 LG는 덧붙였다. 이는 64MD램이 주력제품이 될 것으로 본 업계의 당초예상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LG는 현재 수급상황을 고려할때 청주 C3와 히타치와의 합작투자가 확정된 말레이시아공장의 생산능력만으로도 일단 64MD램을 포함한 메모리생산은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대단위의웨일스투자를 D램 일변도에서 벗어난 반도체사업 구조조정을 확실하게 대내외에 알리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또 단독투자라는 점에도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원래의 계획은 히타치와의 말레이시아 합작투자라는 「연습게임」을 마친 후 유럽투자를 계획했는데 말레이시아 진출이 지원계획의 수정으로 자꾸 지연되자 아예 단독투자, 그것도 역대 국내업계의 반도체투자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감행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한편 이번 LG의 웨일스투자에 대한 관련업계의 시각은 한마디로 의외라는반응이다. 일각에서는 보수적인 색채인 LG의 기존 이미지를 벗는 「커다란사건」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시기와 주력제품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은 편이다. 「불황에 투자한다」는 반도체산업의 교훈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나타난 각종 반도체 경기지표를 고려할때 무리한 투자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19억달러라는 초유의 투자규모에 비해서는 주력품목 등 세부 운영계획에 적지않은 문제점이 노출돼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LG측은 이에 대해 반도체경기 사이클상 98년 이후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크다는 점을 강조하며 특히 주력품목과 관련해서는 시장상황을 보아가며 추후에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혀 64MD램 생산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는 않았다.
이번 LG의 웨일스진출로 현재 윈야드와 스코틀랜드를 거점으로 각각 공장건립을 추진중인 삼성과 현대의 발걸음도 빨라져 국내 반도체업체들의 유럽투자는 보다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영국이 명실상부한 새로운반도체기지가 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