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가전산업의 내일

趙漢九 대우전자 전자경영본부 이사

지난 수십년간 우리 가전산업은 실로 눈부시게 발전해 왔다.

우선 제품면에서 보면 단순 오디오제품으로 걸음마하던 것이 지금은 오디오·비디오는 물론 디지털제품이나 멀티미디어 등 첨단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시장 측면에서도 구미 선진국을 주대상으로 하던 주문사상표부착생산(OEM) 위주의 해외영업에서 탈피해 이제는 전세계 어디에서나 우리의 제품을 쉽게 볼 수 있다. 심지어 과거에는 상상도 못하던 사회주의 국가들도 우리의 판매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양적으로도 일본이 주도하던 과거와 달리 컬러TV는 국내 업계 생산량이 약 2천만대를 넘어서고 있고 모니터도 1천5백만대에 육박하는 등 총생산량이나 국가별 시장점유율 면에서 세계최고 수준을 다툴 정도로 급신장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도 이미 세계에서 중요한 공급 및 수요국으로 부상한 것이다. 그러면이러한 발전을 이룩한 우리는 앞으로 수십년 후에 과연 어떻게 되어 있을까. 앞으로도 우리는 과거의 발전속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최근 여러가지 변화는 과거 어느 때보다 그 정도가 깊고 속도가 빠른 것이어서 두렵기까지 하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 이후 일고 있는 국제화·세계화 또는 블록화에 대응, 기업들은 생존 차원에서 새로운 관리기법을도입하는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기업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경쟁력의 범위가 국가기준에서 세계기준으로 확대되고 여러가지 마케팅의 판단기준은 모호한 변수로 변하였으며 여기에 정보의 다양화·속도화에 따라 시간이란 요소가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즉, 예측에 대한 요소는 불투명해지는 데도 오히려 신속·정확하고 최적화된판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기업의 경쟁력도 제품·사람·기타 소프트웨어 등 개별적 요소보다여러 부분이 총체적인 경쟁력을 갖추느냐 못 갖추느냐가 향후 기업의 운명을결정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기업은 인건비·인프라 등의 경비가 저렴한 지역으로 경쟁력을 찾아 이동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리스트럭처링·다운사이징 등의 방법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아무리 환경이 어려워도 기업은 제품을 개발·제조·판매하여 이윤을 추구해야 하므로 이의 주체인 사람, 개개인의 자체적인 경쟁력이 매우 긴요해지는데 세계의 국경이 사리지고 있는 이때 우리는 과연 이러한 환경에 부응하고 있는지를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이에 가전산업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확보하려면 우선 미래를 예측하는 혜안을 갖도록 끊임없이 노력하자. 아무리 예측 불허의 미래라해도 최근의 정보는 그 양이나 질적인 면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므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동원, 이를 주체화·체계화하여 판단하고 이를 시간의 개념에 입각, 시행하고 그 후 과오를 개선해 간다면 세계적인 수준으로 향상될 수 있다.

다믐은 양적이고 1차원적인 영업보다 질적이고 조직된 유연한 영업전략이필요하다. 현지에 맞는 마케팅을 통해 현지 고객에게 좀더 밀착하여 살 수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경쟁이란 상대적인 것이므으로 상대가 변하면 싫든 좋든 나도 변해야 상대적 우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모랄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급격한 물질적 성장에 비해 우리는 정신적으로 미진한 것은 아닌지, 버는 것보다 씀씀이가 헤픈 것은 아닌지 최근의 과소비 풍조를 보면서 반성해 보아야 한다. 또한 선배들로 좋은 경험과 지식을 배우고 후배들로부터 유연성과 적극성을 이해하여 같이 뛰는 팀웍활동이 요즈음 더욱 절실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