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평판표시장치 개발방향

李南良 오리온전기 종합연구소 책임연구원

일제 치하와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지 어언 40년. 우리는 온 국민의 피땀어린 노력에 힘입어 국민소득 1만달러, 전자제품 생산 세계 3위, 자동차생산 세계 6위라는 산업발전을 이룩했다. 특히 정보산업시대로 일컬어지는 21세기를 눈앞에 둔 현시점에서 국내에서 브라운관(CRT)을 생산하기 시작한지 불과 30년 만에 컬러브라운관 생산 세계1위국으로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브라운관은 반세기에 가까운 기간 동안 줄곧 디스플레이 매체로서 정상의위치를 지켜오고 있다. 최근에는 컴퓨터 및 영상산업의 발전으로 그 수요가연간 2억개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CRT가 아직까지 가격·화질·수명 면에서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기는 하지만 부피가 크고 무겁다는 근본적인문제점으로 향후 전망이 그다지 밝지만은 않은 편이다.

산업구조의 다양화와 함께 디스플레이 분야에도 이동성·고해상도가 요구되고 이러한 요구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평판표시장치에 대한 요구가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액정표시장치가 평판표시장치의 대명사로 일컬어지고 있으나 그 외에도 플라즈마 디스플레이(PDP)·전계발광소자(ELD)·진공형광표시소자(VFD)·전계방출표시소자(FED) 등 여러가지 형태의 평판표시장치가 전세계적으로 활발히 연구, 개발되고 있다.

현대의 모든 산업이 그러하듯 디스플레이 분야도 연구·개발의 고삐를 한치도 늦출 수 없는 상황으로 국내에서도 학계·정부출연연구소·기업연구소등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이 불철주야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디스플레이 생산량에서는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으나 기술 면에서는 아직도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있는 FED의 경우 우리의 경쟁상대인 미국·일본·프랑스 등은 기술적 우위를지키기 위해 컨소시엄을 형성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을 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초 정통부에서 FED 개발과제를 국책과제로 선정해 재정지원을 시작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FED 개발과제의 G7편입을 놓고 정부 부처간에 혼선을 빚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고 몇가지 제언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개발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부처간 공조체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과제의 중요성으로 미루어 볼 때 FED과제는 어느 특정 부처만의과제가 돼서는 안되며 개발과정과 상태에 따라 관련부처들이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

둘째 각 연구주체의 특성과 능력에 따라 업무가 분담될 수 있도록 되어야한다고 본다. 즉 개발의 단계로는 학계를 중심으로 한 기초연구, 연구소를중심으로 한 응용연구, 기업을 중심으로 한 제품화·양산화로 대별될 수 있으며 각 연구주체의 특성에 맞게 세부 연구과제가 주어져야 한다.

셋째 우리의 FED에 대한 연구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상태이기 때문에적어도 홀로서기가 가능한 시점까지는 쓸 데 없는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정보교환에 인색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우리의 경쟁상대는 보다 먼곳에있기 때문이다.

넷째 국책과제는 어느 특정 부처· 기업· 연구소만의 독점과제가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참여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제는 우리도 세계화와 함께 기술선진국으로 우뚝 서야 할 때가 됐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시야를 넓히고 각자의 능력을 극대화해 상대를 인정할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