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삼성, 크리에이티브 전략적 제휴에 관련업계 민감

지난 9일 삼성전자와 세계적인 멀티미디어 전문업체인 싱가포르 크리에이티브사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CD롬 드라이브업계에 미묘한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특히 LG전자와 크리에이티브 국내 총판인 제이씨현시스템 등 관련업체들은 최근 삼성이 크리에이티브사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계약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등 민감한반응을 나타내고 있어 더욱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은 지난 9일 서울 중앙일보 빌딩내 국제본부에서 크리에이티브사의 심윙후회장과 삼성의 한양희 디지털미디어 수출담당이사가 차세대 컴퓨터 기억장치인 12배속 CD롬드라이브와 CD레코더(CDR),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등광기억장치 제품의 공동개발·마케팅에 대한 포괄적인 전략적 제휴를 맺는것을 골자로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이에대해 관련업계에서는 『크리에이티브사의 9일 심윙후(沈望傳)회장이 미국에 체류중이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이같은 사실을 그의 비서에게 확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크리에이티브사의 리체셍 마케팅 이사와 S.K.추 구매담당부장 등핵심책임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삼성과의 전략적 제휴에 대해 전혀 아는 바없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혀 계약 자체에 대한 의혹을 강력히 제기하고있다.

이밖에도 크리에이티브 국내 총판인 제이씨현시스템은 크리에이티브의 실무책임자들이 계약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데다 그동안 국내업체와 협력관계나 OEM 등 신규사업을 추진할 경우 사전에 제이씨현과 협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삼성과의 계약고 관련해서는 전혀 사전조율이 없었다는 점을 들어계약을 전면 부인하고 있기까지 하다.

이에대해 삼성은 『심윙후 회장이 8일 내한해 다음날 오후 4시경 본사 국제본부에서 한양희 디지털미디어 수출담당이사가 직접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날 저녁 미국으로 향했다』고 이같은 의혹을 일축했다.

이번 계약을 성사시킨 주역인 한양희 수출담당이사는 『지난 4월16일 싱가포르를 방문해 가능성을 타진했고 5월20일 김순부사장과 심회장간의 전략적제휴를 위한 가계약을 체결했으며 7월9일 최종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경과과정을 밝히기도 했다.

삼성은 특히 이번 계약을 놓고 일부 업체들이 의문을 제기한데 대해 『모처럼 한판 축제를 벌리려는 남의 집 잔치상에 잿가루를 뿌리려는 소행』이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CD롬드라이브 관련업계가 삼성과 크리에이티브 간에 전략적 제휴를 맺은데 대해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번 계약으로 삼성이 크리에이티브에 공급하는 물량의 규모가 연간 5백50만대 수준으로 올해 전체 국내 수요의 4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물량으로 내수시장의 판도재편은 물론 세계 CD롬드라이브 업계의 공급순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은 이번 계약으로 연간 5백50만대규모, 금액으로는 연간 3억달러상당의 제품을 향후 2∼3년간 꾸준히 공급할 수 있는 고정수요를 확보함에따라 전체 공급물량이 7백∼8백만대로 껑충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돼 올해 7백50만대를 생산할 것으로 알려진 LG전자의 생산량을 앞지르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올해 세계 CD롬시장 시장의 가장 큰 사건으로 지목되는 이번 삼성과 크리에이티브의 제휴는 국내 업계의 의혹제기에도 불구하고 국내 CD롬드라이브 산업이 세계 최대인 일본을 추월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남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