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해킹 기술을 익히겠다. 그래서 기어이 이 통신시스템을 파괴시키고 말겠다」 「우리도 소비자다.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사용자들도 조합을 만들자. 통신회사가 너무 깔보고 있다」
컴퓨터 통신 사용자들의 사용환경에 대한 불만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위에 열거한 내용은 모두 컴퓨터통신의 토론실에 올라와 있는 네티즌들의 대화 제목이다. 그것도 매우 점잖은 내용만 간추린 것이다.
국내 PC통신은 물론 인터넷까지 가세하면서 컴퓨터 통신은 이제 완전히우리 사회의 인프라로 자리잡았지만 정작 그 구조가 너무 취약,사용자들의인내가 한계에 이르고 있다.
컴퓨터 통신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첫번째 「짜증」은접속 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 한번의 전화에 통신망과 연결되는 것은 행운이다.두세번은 계속 시도해야 한다. 비라도 오는 날 오전에 통신망 에 접속한다는 것은 「사투(死鬪)」에 해당한다.
요행히 접속에 성공했다해도 「첩첩산중」이다.토론자들은 대부분 통신 도중 시도때도 없이 접속이 끊어지는 것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자료실등에서자신이 필요로 하는 파일을 찾는 것도 초심자들에게는 미로를 헤매는 것이나마찬가지이다. 어떤 네티즌은 공개 파일을 찾으려 해도 등록자명으로 되어있어 찾아내기 어렵다고 하소연 하기도 한다.
또 필요한 자료를 다운 받는 도중 접속이 끊기면 어김없이 이런 짜증나는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국내 통신망이 이정도이니 이를 통해 접속하는 인터넷에 가면 네티즌들의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하는 크기가 된다
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통신 사용료가 만약 무료라면 일부의 불만 정도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사용한 시간에 비례해서 요금을 물어야한다는데 있다.
네티즌들에게 컴퓨터 통신 요금이 비싸다는 것은 고전(古典)이다. 이제는요금체계보다 왜 소비자가 공급자의 경비까지 떠 안아야하는 지에 대해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접속이 어렵고 비롯 성공했더라도 통신망에서 발생하는 모든 부작용의 책임은 통신업체가 해결해야할 부담인데도 불구하고 소비자인 사용자에게 요금을 미루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정상적인 통신 사용 환경에서 부과되는 요금은 다소 비싸도 감수하겠지만현재는 인프라 자체가 잘못되어 있고 공급업체들이 이를 해소할만한 구체적인 노력을 보여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공급업체들의 요금 체계에 대한 개선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동호회원들에게 일정부분 장려금을 지급한다든지 종량제와 정액제을 병행하는 방법을 모색한다든지 하는 나름대로의 대책을 세우고 있다. 또 하루종일 인터넷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전용선 서비스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네티즌들은 이런 대안에서 조차 소외되어 있다.네티즌들이 주장하는 핵심은 컴퓨터 통신망 사업이 소비자 중심이 아니라 공급자 위주로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통신업체들이 아무리 기반 인프라 개선의 어려움을 호소해도 그것은 업체들이 해결할 문제이지 소비자의 몫은 아니라는 것이다.소비자들은 다만 좋은환경에서 적당한 요금으로 통신을 활용하기만 바랄 뿐인데 업체들의 어려움까지 떠 안을 필요은 없다는 논리이다.
이 때문에 많은 네티즌들이 대화방을 통해 울분을 토로하고 나름대로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사용자들의 권리를 보호 받을 수 있도록 법률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거나 사용자 조합을 결성, 압력단체화해야 한다는 것등이그 예이다.
일부에서는 아예 포기 수준이다. 심지어 어떤 네티즌은 「이런 토론은 이제 그만」이라는 글에서 『이미 수백 수천건의 이런 토론이 있었지만 달라진것이 없고 지금 이순간에도 쓸데없는 요금이 올라가니 아예 토론을 그만하자』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일 정도이다.
컴퓨터 통신의 대중화는 필연적으로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운영 틀의 변화를 초래한다. 국내업체들이 언제까지 자사가 서비스하고 있는대화방에 자신을 폭파한다거나 없어져야 한다는 극단적인 내용의 토론이 계속되는 것을 방치할 지 네티즌들은 주목하고 있다.
<이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