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인터넷 중독증 논란 가열

최근 일부 언론에 인터넷 중독증이라는 새로운 병명이 등장하면서 네티즌들 사이에 논쟁이 일고 있다.

국내 PC통신의 인터넷 관련 동호회나 인터넷접속서비스업체들이 제공하고있는 한글 뉴스그룹에 연일 인터넷 중독증에 대한 의견이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대부분은 PC통신이나 인터넷을 하루 2∼3시간 정도씩은 사용하는 소위 사이버마니아들. 대부분이 20대 이하의 청소년층인 이들은 이 기사가 게재되자 부모들로부터 통신사용에 제재를 받고 있다고 불평을 터뜨리고 있다.

인터넷 중독증은 하루평균 5시간 이상 인터넷을 사용하는 네티즌들이 대부분 알콜 중독이나 마약 중독과 같은 병적인 의존성을 보인다는 조사결과에서나온 것.

이 증세는 피츠버그-브래드포드 대학의 심리학자인 킴벌리 영이 미국심리학협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제기된 것. 이들 인터넷 중독증 환자들은 표면적으로는 일반인과 전혀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일상적인 업무 수행능력도 훌륭하지만 내면적으로 채팅에 빠져 실제 인간간의 접촉을 피하고, 성적인 환상에 사로잡히기 쉬우며, 정보와 새로운 교제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등 병적인 징후를 보인다는 것.

이러한 증상은 한때 국내에서도 문제가 됐던 PC통신 중독증과 거의 같은것이다. 통신 전문가들은 하루 2시간 이상을 통신에 투자하는 사용자들을 통신 중독증으로 분류한다. PC통신에서의 통신 중독증은 대개 채팅이 원인이다.

채팅은 말보다는 글로써 대화가 이뤄지기 때문에 전화 등의 음성전달 매체를 이용할 경우 30분이면 가능한 것을 3∼4시간 정도는 걸려야 한다. 따라서처음 통신에 매력을 느끼는 사용자들은 쉽게 2시간 이상의 통신 중독자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3∼4개월 정도면 비슷한 대화패턴과 통신이 주는 익명성에 싫증을 느껴 통신 중독자 대열에서 이탈해 비정기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이용하는 일상적인 통신사용자로 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이들 중 일부는 이탈되지 않고 현실세계에 만족을 느끼지 못한 채 통신에만 매달리는 통신 중독자의 생활을 이어가기도 해 정신과 치료를 받는경우도 발생한다.

인터넷 중독증은 이처럼 PC통신에서의 통신 중독증이 채팅에 대부분의 원인이 있는 것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킴벌리 영 교수가 지적하듯이월드와이드웹이 주를 이루고 있는 인터넷에서 채팅의 비중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의 채팅은 텍스트방식의 IRC와 VRML을 이용한 3차원 그래픽 채팅, 웹 채팅 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지만 각종 정보서비스의 증가에상대적으로 빛을 잃고 있는 분야다.

인터넷을 하루에 2시간 이상 접속한다는 J씨(24)는 『주로 이용하는 것은각종 정보에 대한 검색이며, 하나의 정보를 찾는 데 2시간이 넘게 걸린 적이많다』고 말한다. 즉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이기 때문에 필요한 정보를 찾기위해서는 그만큼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

물론 소위 인터넷 중독자들이 이처럼 꼭 필요한 정보만을 찾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음란정보에의 접근이 대표적. 대부분의 음란정보서비스들이 사진이나 동화상 등을 얻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을 소비하도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인터넷 중독증은 정보중독증이라기보다는 원하는 정보를 찾기위해 들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네티즌들의 지적이다.

인터넷에 대한 과도한 열풍과 기대도 문제지만 인터넷 중독증에 대한 섣부른 재단이 살아나고 있는 통신환경에 잿밥을 뿌려서는 안된다고 통신인들은입을 모으고 있다.

<구정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