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의료보험제도(77년 제정)는 정부의 물가 인상 억제책으로 매년 한 자리수 인상에 그칠 수 밖에 없어 병원의 투자자원 부족을 초래하는 요인으로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병원간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부분의 병원들이 고가의 첨단의료장비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정보화에대한 투자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그만큼 의료인들의 전산마인드는 타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떨어져 있는 상태이다.
세계화`정보화 물결이 거세지면서 국내 의료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있다. 전략적 개념의 의료 경영기법을 도입하는가 하면 의료정보화에 총력을기울이는 등 새로운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의료정보업계도 이러한 병원들의 변신 추세에 맞게 신개념 의료정보시스템을 준비하는 한편 전체 정보산업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신기술을 의료정보시스템에 접목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멀티미디어 데이터 처리기술. 최근 도입된 이 기술은 환자의 상태정보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구체화한 데이터를 환자 중심으로 통합화(Integration)하는 것이다. 첨단데이터베이스 기술과 하이퍼미디어와 같은 최신 검색기술을 이용, 각종 정보를 체계적으로 저장·분류하기도 하고 병원내 각 사용자이 고속 네트워크를활용, 빠르고 손쉽게 검색할 수도 있다. 이와함께 LAN환경의 의료정보시스템을 확대 발전시켜 초고속정보망 환경의 원격진료, 텔레메디신(Telemedicine), 텔레라디올로지(Teleradiology), 텔레컨퍼런스(Teleconference), 온라인수탁검사시스템 및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의료정보시스템 개발도 속속진행되고 있다.
통합화되고 체계적인 의료정보시스템을 갖춘 병원 내의 정보의 흐름은 먼저 환자의 상태를 다각도로 수집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X선촬영·CT(전산화 단층촬영장치)·MRI(자기공명영상진단장치)·초음파 영상진단기·내시경등을 통해 생성되는 이미지 데이터, 심혈관촬영으로 생성되는 동영상데이터,청진기 등을 통해 얻어지는 음성데이터, 임상병리실에서 환자의 혈액 등을분석해서 만드는 임상데이터, 간호사들이 환자의 체크에서 만드는 증상데이터, 의사의 환자 검진에서 발생되는 진단 및 처방데이터, 원무과에서 발생되는 신상 데이터들이 병원내 각 부서에서 총체적으로 발생한다.
이들 데이터는 중앙에서 집중적으로 저장·관리되며 적시에 적합한 형태로의사·간호사·원무관리자 등 병원 관계자들에게 제공된다. 의사는 이를 토대로 환자에 대한 각종 처방을 주문하고 이 주문데이터는 집행자인 간호사와약국으로 전달된다. 간호사는 의사의 처방을 집행하고 결과를 남기며, 약국은 약을 조제해서 환자에게 전달하고 원무과는 수납과 의료보험 청구를 통해의료서비스 비용을 요구하게 된다.
의료정보 분야를 분류하면 우선 각종 의료 영상데이터를 수집·저장·전송하는 의료정보시스템인 의료영상 저장전송시스템(PACS)이 있다. 임상기기와인터페이스를 통한 LIS(Laboratory Information System), 환자의 증상이나각종 병력 데이터를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원무관리자가 공유하는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원무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HIS(Hospital Information System), 의사의 처방을 자동적으로 약국·원무과로 전달하는 OCS(OrderCommunication System), 약국을 자동화하는 ATD(Automatic Tablet Distributor), 의약품및 의소모품의 물류관리, 경영자를 위한 EIS 등이 있다. 이들 시스템은 정보와 돈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제어해 의료서비스의 향상과 원가절감 및 환자 대기시간 단축을 가능케 함으로써 병원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앞으로 초고속 정보통신망이 구축되면 병원과 병원간, 환자와 병원간, 의사와 환자간, 의사와 의사간의 정보교환이 활발히 이루어질 전망이다. LAN환경의 OCS는 WAN환경의 텔레메디신으로, LIS는 수탁검사시스템으로, PACS는텔레라디올로지로 발전할 전망이다. WAN환경의 솔루션들은 그간 높은 통신비용으로 현실화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제는 인터넷이라는 값싼 매체의 부상으로 활발히 이용될 전망이다.
의료업계는 이제 환자를 기다리지 않고 환자에게 다가가는 기동성 있는 병원의 구현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종합의료정보시스템 구축은 「발생원 직접 입력방식 채택」, 「처방전달시스템온라인화 실현」, 개방형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시스템 구축의 경제성 실현」 등의 추세를 따르고 있다.
의료정보시스템의 솔루션들중 PACS는 X선·CT·MRI·PET·SPECT 등에 의해촬영된 모든 방사선 검사 결과를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촬영과 동시에 대용량 기억장치에 저장시켜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모니터를 통해 판독할 수 있도록 한다. 영상의학과 전문의 판독결과는 즉시 음성전달시스템을 통해 입력되며 임상의는 음성전달시스템을 통해 입력된 음성정보를 들은 후 촬영 즉시볼 수 있는 X레이 영상을 참조하여 환자의 진료에 적용한다. 음성으로 입력된 판독결과는 24시간 내에 의무기록사에 의해 문자로 변환되어 다시 입력되고 문자의 형태로 조회가 가능하게 된다. 판독과 조회가 효과적이며 진료실에서 바로 촬영결과를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PACS를 이용하면 우선 필름보관 공간을 대폭 줄일 수 있으며 분실 염려가없고 필요한 시기에 즉시 조회가 가능하다. 또 내과`외과가 동시에 같은 필름을 볼 수 있는 등 서로 다른 곳에서 함께 영상을 보며 협력 진료를 할 수있게 된다.
처방전달시스템(OCS)은 각종 의학 정보 및 환자들의 진찰자료를 보관한 데이터베이스와 의사가 환자를 진단한 후 처방전을 통신망을 통해 각 해당 진료 부서로 전달해 주도록 하는 것이다. OCS를 도입할 경우 각종 검사 결과를컴퓨터로 전달, 기존처럼 간호사나 환자들이 종이로 된 처방전을 들고 뛰지않아도 되고 재처방 및 재진찰 환자들에 대한 관리가 간편하다. 따라서 환자들의 진찰·치료 및 투약 등에 걸리는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처방전달시스템을 약국자동화시스템과 연결하면 「환자가 약을 기다리는병원」체제에서 「약이 환자를 기다리는 병원」으로 구현이 가능하다. 처방전달시스템을 통해 의사의 처방이 약국자동화시스템이 구축된 조제실 컴퓨터로 바로 전달된다. 처방 약도 컴퓨터 자동처방시스템로 자동 분류되어 전자동약조제기(ATD)를 통해 조제, 자동포장되어 약국의 전광판에 멀티미디어 환경으로 표시되기 때문이다.
이밖에 현재 추진되고 있는 의료 정보화기술로는 EMR을 들 수 있다. EMR은현재 병원에서 사용되는 종이 챠트를 없애고 전산매체를 통해 저장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에 대한 법적효력을 인정하지 않아 보급에 어려움을겪고있다. 컴퓨터에 기록된 챠트 및 처방 기록은 조작·수정·변경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법적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의료분쟁 시비에 휘말리는 것을 꺼려하는 병원업계가 이를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스템이 구축된 병원의 의사들도 관련 자료들을 다시 종이로 출력해 일일이 서명하는 등 2중작업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EMR 기술을 포함한 의료정보화 전반에 걸친 기술의 발전을 위해 정부의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환자와 의사가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첨단의료장비와 통신장비를 이용해병을 진찰하고 처방을 내리는 원격의료시스템이 실용화되면서 의료서비스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원격의료시스템은 대도시 큰 병원과 농어촌의 작은병원을 원격화상회의, 원격의료영상시스템으로 연결하여 환자와 의사가 대화를 나누고 진찰을 할 수 있다. 이미 울진·구례·백령도에서 시범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원격의료시스템은 앞으로 응용범위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1세기 최대 황금산업인 보건의료산업과 정보통신사업이 접목된다면 인터넷을 이용하여 가정은 물론 지구촌 어디에서나 세계 각국의 명의로부터 치료받을 수 있는 원격진료가 실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을 이용한 원격진료 및 의료정보 제공은 기존 전화선이 광통신망으로 모두 교체될 2015년이되면 일반화될 전망이다.
이때가 되면 각 의료기관과의 정보 전달은 물론 각 가정과 의료기관과의신속한 접촉이 가능해진다. 가정에 설치되어 있는 카메라로 환자의 고통스런모습이나 증상이 인터넷을 통해 화상으로 전송되고, 전자청진기를 가슴에 대고 멀리 떨어져 있는 의료진에 심장박동 소리를 들려줄 수도 있다. 또 가정에 설치된 간이 심전도검사기(EKG)를 통해 심전도를 측정해 이를 인터넷으로전문 의료진에게 전달할 수도 있다. 의사는 가정에서 취할 수 있는 응급조치가 무엇인지 또는 곧 병원으로 이송해야 할 지 여부를 판단해 적절한 메세지를 환자에게 보낸다. 멀티미디어 및 인터넷을 이용한 의료는 이처럼 시간과공간을 뛰어 넘는 진단에만 응용되지 않고 의료용 수술 로봇과 결합해 원격치료를 가능하게 한다.
의료정보분야는 어떤 정보산업 분야보다도 데이터의 정확성과 고도의 기민성을 요구하면서도 이에 대한 의료계의 인식부족으로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의료인들의 정보마인드 부족과 정보화에 대한 소극적 투자 때문이다. 그러나 인술과 함께 경영개념의 도입은 의료업계의 대세이며 올해 9월 의료기관의 광고규제가 대폭 풀리면서 병원 마케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 정보화 병원, 인텔리전트 병원이 경쟁우위를 가지게 된다는점에서 투자전망은 밝다.
그리고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시장참여는 기술집약을 고도화시키고 산업구조를 향상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되는 만큼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히요구된다. 정부가 EMR을 비롯한 의료관련법의 현실화, 제도적·행정적 규제완화, 집단적 이해가 개입되는 정치적 문제들, 의료분쟁들에 대한 적절한 조정자가 되지 못한다면 의료정보화의 속도는 더딜 수 밖에 없다.
매 3년마다 개최되고 4천여명의 세계 의료관련 산·학계 인사들이 모이는세계 의료정보학회가 98년 서울에서 열리는 것을 계기로 기존 신기술 개발및 적용의 문제점들이 해소돼 이 분야의 획기적인 발전이 기대된다. 의료정보산업은 이러한 여러 변화를 계기로 확대 발전되고 따라서 관련기업들이 이에 거는 기대도 매우 큰 것이다.
趙顯定 83년 (주)비트컴퓨터 창업 85년 인하대학교 전자공학과 졸업 91년 비트기술연구소 소장 94년 비아이티출판 사장 현재 (주)비트컴퓨터 대표이사 대한의료정보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