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컬러TV..멀티미디어.고선명화 박차

올들어 우리 컬러TV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과 유럽 일본 등지에서 디지털 위성방송이 잇따라도입되고 있다. 정보통신의 발달에 따른 TV의 멀티미디어화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TV와는 다른 새로운 TV에 대한 요구가 점차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밖으로는 중남미와 동구·동남아 등 신흥 시장에서의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수요 증가세가 둔화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따라서 세계 각국에서는 한국·일본·유럽 TV업체 간의 제품 및 가격경쟁이 앞으로 치열해질 전망이다.

안으로는 유통시장 개방에 따라 동남아에서 생산된 일본을 비롯한 외국 컬러TV제품 유입이 늘어나 국내 컬러TV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관계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컬러TV산업은 내수에서 좀처럼 부진을 면치 못하는 반면 수출에서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올들어 지난 6월말까지 국산 컬러TV의 내수판매량(TVCR 제외)은 98만대로지난해 같은기간보다 6만대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같은 추세가 올 하반기에도 이어질 경우 올해 컬러TV 내수시장은 2백10만여대 수준으로 사상 처음으로 수요가 줄어드는 사태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보급률이 1백20%를 넘어서는 등 포화상태인 컬러TV시장 상황을 고려하면수요 감소는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TV업계 관계자들도 당분간 국내 시장에서는 컬러TV 연간 판매 수량이 더이상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TV업체들은 고선명(HD)TV 등 완전히 새로운 컬러TV가 나오기까지는 대형 및 고급 제품에 대한 대체 수요만으로 내수시장에서 버텨야 하는 입장이 됐다. 한쪽에서는 국내 컬러TV의 생산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제품의 크키별로 보면 25인치 이상 대형TV의 비중이 지난해 40%에서 올해6월말 현재 50%로 나타나 대형TV의 선호 추세가 두드러졌다. 그런데 29인치와 광폭TV를 제외하고 올들어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판매가 늘어난 기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판매의 부진은 TV업체들로 하여금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만들고있다.

현재 컬러TV 수출은 일단 호조를 보이고 있다.

전자산업진흥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 4월말 현재 국내 컬러TV수출은 6억7천4백만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7% 정도 늘어났다. 지역별로는 CIS와 브라질 등 신흥시장에서의 수요 증가가 두드러졌다.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 컬러TV수출은 22억달러를 거뜬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컬러TV의 해외수출 여건이 그리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해외시장 곳곳에서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컬러TV의 수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과 북미 등 세계 컬러TV시장을 주도하는 선진 시장의 경우 반덤핑과우회덤핑 제소 등 무역장벽으로 한국산 컬러TV의 수출은 거의 중단됐다.현지생산공장이 본격 가동되면서 이들 지역에로의 수출이 되살아나고 있지만 치열한 가격경쟁과 일본과 유럽 등 경쟁국 업체들의 높은 브랜드 지명도의 그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구권을 비롯해 중남미와 아시아 등 신흥 시장에서는 한국산 제품의 브랜드지명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국내 TV업체마다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나라도 여럿 있을 정도다.

하지만 동남아지역으로 생산공장을 옮긴 일본의 컬러TV 업체들이 최근 본격 가동하면서 엔저를 바탕으로 앞으로 이들 신흥시장에 저가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여 우리 업체들의 수출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 업체들이 가장 걱정하는 대목은 가격경쟁력이 날로 약화되고 있다는것이다.

미국시장에서 국산 25인치 컬러TV가 2백53달러39센트에 판매되는데 일본제품은 2백53달러 80센트에 판매된다.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

특히 신제품일수록 우리 제품은 일본 제품보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첨단 핵심부품에 대한 기술력 차이로 우리 제품이 제조원가를 낮추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유일한 무기였던 「저가」를 이제 더이상 쓸 수 없게 됐다.

우리 제품의 비가격경쟁력은 여전히 일본 등 외국 제품에 비해 열세다. 전자산업진흥회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우리 컬러TV의 브랜드이미지는 일본 제품의 그것을 100이라 할 때 80수준이다. 품질의 신뢰성과 판매망 및 애프터서비스분야에서는 85 수준으로 평가됐다.

비가격경쟁력은 국가 이미지를 비롯한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개선이 쉽지않아 당분간 이 분야에서의 경쟁력 제고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국내 업체들은 우리 컬러TV산업의 미래를 비관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최근의 TV기술환경 변화가 결코 우리에게 불리하게만 작용하지는 않을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세계 컬러TV산업은 최근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제품과 멀티미디어기기로 옮아가는 추세다. 정보통신분야의 발달과 더불어 TV의 멀티미디어화도급진전하고 있는데 내년부터 인터넷TV 등 새로운 제품들이 등장할 예정이다.

또 박막액정디스(TFT-LCD)와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벽걸이TV도 90년대 말께부터 본격화해 기존 TV시장을 급속히 대체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2000년 이후에는 이들 제품의 최종판이라 할수 있는 고선명TV(HDTV)시대가 열린다.

아직 세계의 어느 업체도 이들 특정 분야의 선두업체로 떠오르지 않은 상태다. 국내 업체들은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로 선진업체들을 바짝 뒤쫓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추이를 보면 TV기술이 당분간 기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현재는 디지털위성방송의 세계적인 보급 확산에 따라 셋톱박스를 내장한 디지털TV와 광폭TV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이미 이들 제품을 개발해놓은 상태다.

벽걸이TV와 고선명TV 등에서도 일부 핵심기술을 여전히 외국업체에 의존하고 있지만 일본과 유럽업체와의 기술격차가 상당히 좁혀져 어떤 제품이든 늦어도 1∼2년 안에 독자적으로 상품화할 정도의 수준에 올라섰다.

기존TV분야의 경우 비록 브랜드지명도에서 외국 제품에 뒤져도 품질만으로는 세계 정상급이다.

국내 TV업체들은 이같은 기술력에다 생산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해외시장에서 브랜드지명도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그 효과가 최근들어 서서히나타나고 있다. 국내 TV업체들은 최근 중남미 등 일부 시장에 동급의 일본제품보다 높은 가격에 내놓았는데 판매가 그다지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값싼 제품만 요구했던 현지 딜러들도 점차 제값에 나오는 한국제품에도 판매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고 TV업체 수출 관계자들은 전했다.

그 결과 그동안 내수시장에서 거둔 이익을 바탕으로 해외에 싼값으로 수출해온 국내 컬러TV업체들의 전략도 점차 바뀌어가고 있다.국내시장은 세계 시장과 동떨어진 시장이 아니라 세계시장의 일부로 다만 외국의 경쟁업체보다소비자 요구를 더 잘 알고 물류나 애프터서비스 등에서 유리한 시장일 뿐이라는 생각이 TV업계에 번져나가고 있다.

우리 컬러TV 수출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선진 시장의 덤핑 제소 등도 점차해소될 전망이다. 현지생산을 본격화한 데 다 저가정책을 버리면서 우리 컬러TV에 대한 덤핑 시비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삼성전자의 컬러TV에 대한 미국정부의 덤핑조사에 대해 최근 한국 정부와삼성전자가 거세게 반발해 철회 반응을 얻어낸 것은 이러한 변화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우회덤핑 조사, V칩 채용 의무화 등 우리 제품에 대한 수출장벽은 여전히높지만 세계무역기구(WTO)체제가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점차 문턱이 낮아지고있다.

결국 우리 컬러TV산업의 경쟁력은 가격보다는 품질과 브랜드 지명도 등 에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컬러TV업체들은 기존 제품에선 선진업체를 따라잡았고차세대 제품에서도 선진업체들을 위협할 만한 기술력을 갖고 있다.

우리 컬러TV산업이 최근 직면하고 있는 난관은 일시적인 것으로서 정상에오르기 위해 거쳐야 할 하나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올 하반기와 내년을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컬러TV산업이 새로이 도약하느냐 그대로 주저앉느냐를 가름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한결같이 말한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