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없어서 못팔던 브라운관용 유리벌브가 올 상반기에만 무려 5백만개의 재고가 쌓여 삼성코닝·한국전기초자 등 국내업체들이 비상국면을 맞고 있다.
삼성코닝과 한국전기초자 양사는 지난 6월까지 총 3천만개의 유리벌브를생산했으나 고객사들이 2천5백만개를 구입해 결국 5백만개의 재고를 안게된것이다.
지난해까지 3천8백만개의 유리벌브를 공급했던 양사가 생산설비의 증설없이 올들어 상반기에만 2천5백만개를 생산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의 공급부족 사태를 우려, 라인 재수리 기간을 연장한 데다 생산성 향상을 통해 수율이 대폭 제고됐기 때문이다. 양사는 또한 모두 하반기에 증설라인을 본격 가동, 올 한햇동안 총 5천5백만개의 유리벌브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삼성코닝과 한국전기초자 양사는 그러나 상반기에만 5백만개의 재고를 안았기 때문에 벌브수요 전선에 특별한 변화가 없는 이상 하반기에는 더 많은재고가 쌓일 것으로 보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유리벌브 양사가 상반기동안 라인을 풀가동하면서까지 5백만개의 재고를안게된 주된 원인은 수급이 균형을 이룰 것이라는 안이한 판단 때문이었다.
유리벌브 양사는 올초 국내 브라운관 3사의 한해 생산량을 총 5천2백만개로예상, 수요가 충분할 것으로 보고 공장을 풀가동했다.
국내 브라운관업체들은 상반기동안 벌브업계의 예상대로 국내공장과 국산벌브를 채용하는 해외 일부공장에서 총 2천5백만개의 브라운관을 생산하기는했으나 뜻밖에도 이중 5백만개에 일산 수입벌브를 채용했다. 결국 국내 벌브업체들은 예상치 못한 일산벌브 수입량만큼 재고를 안게된 것이다.
사실 국내 브라운관 3사는 지난해에도 약 8백만개의 일산 유리벌브를 수입했다. 지난해 초호황을 누린 브라운관업계는 국내 벌브업체들이 필요한 양을공급하지 못하자 어렵사리 일본제품을 구해다 쓴 것이다. 지난해에는 유리벌브가 전세계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국내 브라운관 3사는 지난해 공급부족 속에서도 유리벌브를 공급해준 일본거래처와 우호관계를 지속하고 언제 모자랄지 모르는 벌브의 안정적인 확보를 위해 올해에도 일본제품의 구매를 계속하고 있다.
유리벌브 양사는 그러나 국내업체들이 충분한 양을 공급할 수 있음에도 벌브수입을 계속하고 있는데 대해 매우 섭섭해하고 있다. 지난해 벌브가 모자랄 당시 브라운관업체들을 위해 벌브의 수입대행까지도 서슴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브라운관업계가 벌브업계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리벌브 양사가 국내 브라운관업체들의 일산벌브 수입에 예민한 데에는그만한 속사정이 있다. 양사는 세계 유리벌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업체들에 상당부분 예속돼(?) 있기 때문에 해외시장 개척에 애로를 겪고 있다.
때문에 양사는 국내 브라운관업체만을 고객으로 삼고 있어 이들이 구매를 외면할 경우 다른 판로가 없는 실정이다.
이같은 사정상 벌브 양사는 국내 브라운관 업체들이 모자라는 양은 수입해쓰되 가능하면 국산벌브를 우선 구매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예상치 못했던 국내 벌브업체들의 재고누적에도 불구하고 국내 벌브업체들과 브라운관업체들은 아직 서로의 속사정만을 이해해줄 것을 주장하며 재고해소를 위한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내 브라운관업체들이 수입선을 끊고 구매선을 국내업체로 돌리지 않는한 유리벌브의 재고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며, 따라서 벌브 양사는 최악의 경우 매출과 수익에 상당한 타격을 입더라도 증설라인의 가동연기나 공장 재수리작업 등으로 생산량을 줄이는 자체 해결책을 찾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벌브업체들은 이같은 최악의 사태를 맞기보다는 라인의 정상가동을 통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브라운관업계의 협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