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유통의 요람 전자상가 지상여행 (5);원효상가

통일신라시대의 고승 원효대사는 이 땅에 대중불교를 창시한 인물이었다.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불경을 모두 익히지 않더라도 마음 하나로 정진한다면모두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일체유심조」 사상을 펼친 분이기도 하다. 서울의 각 주요도로 지명은 이렇게 유명한 종교인·사상가·위인들의 호칭을 빌어 지어졌다.

「원효로」는 물론 원효대사의 업적을 기려 명명한 도로이다. 원효로는 서울역 뒤편에서부터 마포에 이르기까지 서울의 핵심상권을 관통하는 도로이다. 이 곳의 가장 큰 상권으로는 역시 원효로2가 일대를 장악한 용산전자상가이다. 그중에서도 원효전자상가는 이름과 걸맞게 원효로와 가장 인접한 상가로 87년 용산전자상가가 태동하면서부터 5개 법인중 하나로 자리를 지키고있는 대표적인 상가이다.

그러나 용산전자상가의 설립 멤버임에도 불구하고 원효상가는 그리 이름이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용산전자상가를 자주 찾지 않는 사람들은 원효전자상가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전자상가로 전면에 원효상가 4동이 위치하고 있지만 1층에만 약간의매장이 있을 뿐 나머지 층은 사무실 및 AS전문점들이 보이지 않게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또 주요 매장인 6.7동은 4동 뒤편에 꼭꼭 숨어 있어 어지간 해서는 찾기가 쉽지 않다. 한마디로 상가로서의 위치는 썩 좋지 않다는 것이원효상가에 입주한 상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여기에다 전문 도매상가로 일반 소매고객들의 발길이 뜸한 것도 한 요인이되고 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전자랜드가 위치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일반 고객들은 전자랜드만을 쇼핑의 장소로 찾을 뿐 원효전자상가까지 발길이미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요즘 원효전자상가 상우회의 상가홍보 열기는 여느 때와 다르다.

용산전자상가가 경쟁적으로 고객유치를 위한 상가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고서비스개선을 목적으로 활발한 이벤트를 벌이고 있는 데 자극받아 이에 대한대응책마련에 원효전자상가는 분주하다. 총 4백80여개의 입점업체로 용산내타 전자상가와 비교해 볼 때 작은 규모이지만 도매상가로서의 위치를 확고히한다면 나름대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다는 의도에서 「원효전자상가 살리기」는 시작된다.

먼저 상가건물 좌·우측 입구에 원효전자상가를 알리는 아치형의 탑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지리적 위치가 고객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위치하고있기 때문에 선전홍보탑을 세워 눈에 잘 띄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서이다.

둘째로 원효전자상가에서 취급하는 컴퓨터·소모품·주변기기·전기기자재등의 상품을 모아 「토요시장」을 개설, 소비자에게 싸고 좋다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대부분 입점업체가 중간 도매상가인만큼 싸다는이미지를 심는 데 초점을 맞춰 이벤트를 준비중에 있다.

셋째 「무료AS센터」를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소비자 권익에 앞장서는 상가를 만들어 고객을 유치하자는 의도에서 비롯된 발상이다. 무료AS센터는 용산전자상가의 대부분 상가가 실시하고 있는 제도로 원효전자상가가 막차를타고 있지만 규모나 전체적인 상가 활성화 차원에서 이 역시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원효전자상가의 이호범 번영회장은 『용산전자상가 중 영세한 업체가 가장많고 전입이 잦아 힘을 하나로 모으는데 어려움이 많다』며 『그러나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어느상가 못지않게 커질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말했다.

그는 또 『원효로쪽으로 대형건물이 계속 들어서고 있고 고객의 발길도 늘어 이를 잘만 활용하면 새로운 면모의 원효전자상가가 태어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먼저 상인들의 단합된 힘이다. 이회장은 힘의 결집을 위해 번영회조직을 더욱 체계화하고 작은 것에서부터 실천하는 모범을 보이고 있다. 장마철인 요즘은 번영회내 우산을 항시 비치해 미처 우산을 준비 못한 회원들에게 빌려주고 있다. 비록 보잘 것 없는 성의지만 전체 번영회원를 하나로 만드는데 필요한 마음가짐이라는 것이 이회장이끌어가는 원효번영회의 기본원칙이다.

처음 원효전자상가 개발당시에는 전기·전자용품 위주의 상가가 들어설 에정이었으나 현재 약간의 전기기자재상만 있을뿐 대부분 컴퓨터와 관련된 업체들이 밀집해 있다. 용산전자상가내 대부분의 상가가 나름대로의 색깔을 가지고 있지만 원효상가는 그중에서도 특히 컴퓨터와 관련된 잘 알려지지않은도매상가라고 정의할 수 있다.

최근 어느 한 소비자는 컴퓨터를 구입하려 용산전자상가를 찾아왔다가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찾던중 우연히 원효전자상가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원효전자상가에 둘러 쇼핑을 하다가 저렴한 가격에 흠뻑 반해 타상가도 둘러보지 않은채 제품을 구입했다는 얘기가 있다. 각 상가마다 각종 이벤트와 현란한 선전문구로 고객을 고객을 유인하지만 결국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가장 매력을 느낀다. 특히 요즘의 「가격파괴」바람에 소비자들의 입맛은 보다 더욱 싼 곳에 끌리게 되어있다.

이런면에서 볼때 원효전자상가는 큰 장점이 있다. 왜냐하면 「가격파괴」란 용어가 거론되기 이전부터 가격파괴를 실시해온 상가가 바로 원효전자상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효전자상가의 색깔은 「싼가격」이다. 일반고객의 발길이 잦지 않은 까닭인지 일찍부터 중간도매상으로 자리매김을 해왔다.

하지만 일반 소매일지라도 이 곳을 다년간 사람이면 계속 이 곳을 찾지 않을수 없다. 이 곳에 점포를 내고 영업을 하는 상인들도 우스갯소리로 원효전자상가를 찾은 사람은 행운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잦은 폐업과 전입은 소비자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이것이 현재 원효전자상가가 안고 있는 최대의 숙제이다. 아무리 공동으로 AS센터를 운영한다 할지라도 제품을 구입한 점포가 다음에 들렀을 때 없다면 소비자의 신뢰에 다소 흠이 생긴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없다. 따라서 원효전자상가 번영회의 「공존공생」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대중의 마음속에 부처가 있다」는 원효대사의 설법처럼 지금 원효전자상가의 상인들은 「고객의 마음속에 살길이 있다」』는 각오로 영업에 임한다는 한 상인의 얘기가 여운을 남긴다.

〈이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