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바캉스·사이버 레저시대」가 다가왔다.
PC통신 가입자만 50만명이 훨씬 넘어서면서 이들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신세대 네티즌문화를 창출해 가고 있는 가운데 올여름 휴가철을 맞아 여행뿐만아니라 레저활동에 이르기까지 톡톡 튀는 사이버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회사원 김모씨(35)는 휴가일을 7월말로 잡긴 했으나 어디로 떠나야 할지,예산은 어느 정도 준비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는 회사 동료의 추천으로 컴퓨터통신을 두드렸다.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수준의 정보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통신란에는 의외로 자세한 내용이 올라와 있었다. 그는 여행란에 들어가 「내고장쉼터」라는 코너를 찾았다. 「사람구경」이 전부인 유명 피서지를 피하고 싶었고 그곳에는 도별 안내가 이어졌다.
그는 강원도에 접속한 후 백담사를 찾았고 그 곳에는 백담사행 교통편은물론 특산품, 인근에 가볼 만한 곳, 심지어 민박집의 주소와 전화번호·가격·상태 등 상세 자료까지 실려 있었다. 그는 올해 처음으로 컴퓨터통신을 이용한 바캉스 계획을 세웠다.
우리나라의 컴퓨터통신 사업자들은 모두 가입자를 겨냥한 휴가특집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기존 코너를 적절히 활용하면 의외로 짭짤한 정보를 캐낼 수 있다.
천리안의 경우 초기화면에서 여행코너로 이동하면 엄청난 분량의 정보를서비스하고 있다. 관광공사와 연계한 종합 여행정보를 비롯, 철도좌석 예약에 대한항공 및 아시아나항공의 여행정보와 예약서비스까지 준비되어 있다.
여행사의 상품안내는 물론 김씨처럼 조용한 곳을 원하는 사람들이 가볼 만한 쉼터 등의 정보도 많다. 「내고장 쉼터」는 특히 농협중앙회가 운용하는것으로 신뢰성과 최신자료 업데이트가 돋보인다.
휴가를 레저활동으로 인식하는 신세대들은 여행란과 레저란에 동시에 접근한다. 수상스포츠·행글라이딩·낚시 등 다양한 레저정보가 일정·장소·참가방법 등의 순서로 안내된다. 동호회코너에 접근해도 마찬가지이다.
이와 함께 레저를 즐기는 도중 인근지역 여행이 필요하다면 여행란에서 정보를 얻고 예약을 한다. 프랑스 국민이 휴가철이면 누구나 미니텔 단말기를휴대하듯이 우리의 신세대에게도 컴퓨터통신이 휴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은 인터넷을 활용한다. 물론 국내 통신망에도필요한 정보가 올라와 있지만 양적·질적 모든 면에서 인터넷을 통해 직접서비스되는 정보만큼은 못된다.
배낭여행족에게는 이미 상식이 된 인터넷 배낭정보는 차치하고서라도 인터넷에는 세계 거의 모든 호텔과 항공사·여행사들이 홈페이지가 개설돼 있다. 개별주소를 모른다면 간단한 검색어만으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이모씨(여·29)는 인터넷 활용파. 그녀는 언어와 관습이 달라 엄두도 못낼 해외여행 스케줄을 감히(?) 혼자서 짜기로 했다. 기왕이면 다소 「호사스럽게」 고급호텔을 이용하고 비행편도 여유있게 조절하기로 했다.
그녀는 우선 하와이를 목적지로 선정하고 호텔을 찾기 위해 넷스케이프를통해 호텔이라는 단어를 검색했다. 힐튼·하얏트·홀리데이인 등 세계적인호텔체인이 등장했고 하얏트호텔의 홈페이지를 선택했다.
그 곳에는 하와이 각 섬에서 운용되는 하얏트호텔의 전경, 객실사진은 물론 부대시설, 객실 수, 객실 등급 및 가격 등이 안내되어 있었다. 공항에서의 이동교통편이나 예약방법 등이 제시돼 주저없이 이 호텔을 골랐다.
최근에는 여행과 레저외에 아예 컴퓨터통신 그 자체에 빠져 사이버 바캉스를 즐기는 신세대도 등장했다.
주로 고교 및 대학생층인 이들은 휴가경비 조달이 여의치 않거나 말 그대로 통신중독증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직접 어디로 떠나는 것보다 집안에 틀어박혀 세계적인 휴양지, 레저활동 등에 관한 검색으로 아쉬움을 달래는 한편 인터넷 채팅을 통해 국제적인 대화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눈으로 보고 즐기는 것은 컴퓨터를 통해 가상으로 충족할 수도 있고 일부에서는 오히려 이것이 훨씬 경제적·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도 꿈은 휴가철에 멋진 휴양지에서 노트북으로 인터넷 채팅을한가롭게 즐기는 것이다. 대학생인 김모군(20)은 산드라 블록이 주연한 영화「네트」의 한 장면을 잊지 못한다며 언젠가는 자신도 그런 모습을 연출해보고 싶다고 한다. 영화 네트에서는 카리브해 휴양지로 휴가를 떠난 산드라블록이 백사장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인터넷 채팅을 즐긴다.
이런 모습은 이미 국내 네티즌에게서도 볼 수 있다. 계곡이나 바닷가에서노트북을 켜놓고 느긋하게 컴퓨터통신의 세계에 빠져드는 일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 때문에 사이버 바캉스족들은 무거운 배낭 대신에 노트북 하나만을 「달랑」 들고 전세계를 누비고 있다. 그것으로 휴가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정보가 곧 돈으로 직결되는 정보사회에서 비록 신세대들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하더라도 사이버 바캉스·사이버 레저는 새로운 문화의 흐름이 되고그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우리나라 문화사에 사이버 바캉스·사이버 레저의 원년으로 기록될것이다. 컴퓨터통신이 제공하는 정보의 양과 폭이 지난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했고 이것은 해가 갈수록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