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가전산업의 미래

국내 가전산업의 성장이 수출과 내수에서 모두 정체를 보이고 있다. 올들어 지난 1·4분기중 TV·냉장고·VCR의 내수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마이너스 2.5∼7.2%의 감소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최근 국내시장에 일본산 VCR가국내제품보다 싸게 팔리고 있는 것을 비롯해 외국산 대형 TV·냉장고·세탁기·청소기 등의 유입이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소형 오디오에서는 국산제품이 설자리를 송두리째 빼앗기고 있다.

전통적으로 가전산업은 생산과 수출 등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그에 못지않게 우리나라 국민에게 정서적으로 주는 의미도 매우크다. TV·냉장고·VCR·세탁기·오디오 등을 하나씩 장만해 가면서 스스로생활의 질이 높아감을 느끼면서 흐뭇해했던 것이 바로 가전제품을 통해서이다. 해외시장에서도 우수한 국산 가전제품은 한국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만약 이러한 가전산업이 취약한 경쟁력으로 인해 국내시장을 외국제품에내주게 된다면 이는 경제적인 면 이외에도 국민에게 정서적으로 패배감을 안겨주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가전산업은 포기할 수가 없다.

포기하고 말것이 아니라 그동안 세계시장에서 어렵게 쌓아온 한국산 가전제품의 좋은 이미지를 계속 높이고 경쟁력을 더욱 높여갈 수 있도록 지혜를모아야 하겠다.

이를 위해 몇가지 대안을 생각해본다. 첫째, 가전산업의 제품생산에서 차세대 제품으로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가전업계가 채용할 차세대 가전상품중에는 VCR 및 레이저디스크를 대체할 DVD를 비롯해 고선명TV·디지털 캠코더·프로젝션TV·비디오폰 등 다양한 품목이 있다. 또한 이들 완제품 외에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등 첨단 부품종류도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 소비자들의 욕구가 다양화되는 추세에 주목해 디자인 개발에도 한층 심혈을 기울여 제품의 완성도를 높임으로써 그야말로 세계 제일의 제품을 개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국내 가전업체들은 이제 더이상 일본이나 미국 따라잡기식 제품개발관행에서 벗어나 세계 전자 5위국다운 자존심을 살려 독자적으로 신제품을개발해 해외시장은 물론 국내시장에서도 외국제품과 승부를 겨뤄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우리나라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이동통신 운용시스템과 단말기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그 기술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음으로써해외시장 개척 및 점유율 확대에도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셋째, 5∼10년 앞을 내다보는 미래형 가전제품 개발을 위해 정부와 민간기업이 공동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21세기에 범세계 정보고속도로망이 건설되고 정보화가 생활화되면 사람들의 일상활동에 큰 변화가 일어나게될 것이다. 원격교육·원격의료·원격행정 및 원격금융업무 수행 등 재택활동이 주가 되는 삶의 패턴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정보화 생활패턴을가능하게 하는 도구들이 바로 미래형 가전제품이 될 것이다. 이 때에는 부엌용 가전, 리빙룸 가전 등 전통적인 제품의 구별은 의미가 없어지게 되고, 정보통신기술 특히 디지털기술이 도입돼 현재의 여러가지 종류의 가전제품들은융합 또는 통합된 형태의 신제품으로 출현, 정보고속도로망과 연계된 시스템속에서 운용될 것이다. 이러한 21세기 정보통신사회에 적합한 신가전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에 정부와 민간기업이 다같이 참여해 다가올 세계시장을 선점할 준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21세기 세계 전자산업을 선도하는 중심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장기적으로 현재의 전통가전의 개념에서 벗어나 미래 정보사회형 가전산업으로의 산업구조 개선을 위한 산업·기술정책 및 필요한 준비에 정부와 민간이힘을 합쳐 서두를 때이다.

장세탁〈전자부품종합기술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