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애틀랜타 올림픽 전자화폐 실험장

제26회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애틀랜타는 지금 세계 최대규모의 전자화폐실험장이 돼 있다. 시내 음식점·주유소·지하철역 등 애틀랜타 지역내 1천5백개 장소에서 「비자캐시」라는 이름의 전자화폐가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비자캐시의 시범운영은 신용카드회사인 비자 인터내셔널과 퍼스트유니언은행을 비롯한 3개 은행이 손잡고 실시중이다.

비자캐시는 일반 플라스틱카드 표면에 IC칩을 내장한 것이다. 최고 1백달러짜리까지 금액별로 4종류가 있는 비자캐시는 시중은행 및 지하철역의 자동판매기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비자측은 올림픽 기간중에 1백50만장에서 2백만장 정도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자캐시의 사용방법은 일반 신용카드와 마찬가지이다. 계산대 점원이 상품대금 총액을 전용단말기에 입력하면 사용자는 이 단말기에 자신의 카드를집어넣는다. 카드잔액과 상품대금, 그리고 이번에 구입한 상품대금을 뺀 잔액 등이 표시된다. 잔액표시내용에 이상이 없으면 승인버튼을 누른다. 이로써 대금지불이 완료된다.

사실 비자캐시와 같은 형태의 전자화폐는 이미 영국은행과 전화회사가 실험을 추진하고 있는 몬덱스가 한발 앞서 있다. 몬덱스는 카드를 전용전화에집어넣고 계좌를 가지고 있는 은행에 전화를 걸어 암호번호를 누르면 은행예금으로부터 원하는 금액을 카드쪽으로 옮길 수 있다. 전용전자지갑을 사용하면 다른 사람의 카드에 송금도 가능하다. 즉 기능적으로 보면 1회용인 비자캐시보다 한수 위다.

애틀랜타와 그 규모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비자는 오스트리아·영국 등 세계 각국에서 소규모로 비자캐시를 실험해 왔다. 일부에는 몬덱스와 마찬가지로 입금기능이 있는 카드도 있다. 그러나 애틀랜타에서는 입금기능 등을 채용하지 않았다. 비자가 이번 애틀랜타에서 노리고 있는 것이 유럽을 제외한대부분의 지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IC내장형 카드 자체의 홍보이기 때문이다. 복잡한 기능을 집어넣어 이용자 수를 줄이기보다는 단조로운 방식으로한사람이라도 더 많이 이용토록 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이같은 인지도 향상을 통해 비자는 신용카드에 IC를 내장하는 형태를 일반화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IC카드는 자기카드의 1백배 이상의 정보를 축적할 수 있어 위조를 방지하는 효과가 크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92년 은행카드에 IC를 채용, 도난과 위조를 합친 피해액을 25% 이상 줄일 수 있었다.

비자의 최종목표는 IC카드에 크레디트카드와 전자화폐 양쪽 기능을 모두탑재해 기능확대를 꾀한다는 것이다.

카드회사는 통상 가맹점들로부터 신용카드 이용대금의 2% 정도를 수수료로공제한다. 10달러 이하의 소액거래의 경우 수수료가 20센트 이하가 된다. 비자의 경우 이용자의 신용조회를 위한 회선사용료는 한번에 약 40센트. 회선사용료가 수수료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따라서 소액거래에는 신용카드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10달러 이하의 물품 및 서비스거래를 전세계적인 규모로 보면 연간 약 3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거대시장에 대해 신용카드업체들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IC칩에 신용카드용 정보와 전자화폐 정보를 동시에 기록하면 이런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즉 이 IC칩 내장카드를 고액거래에서는 신용카드로, 10달러 이하의 소액거래의 경우에는 신용조회가 불필요한 전자회폐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올림픽이 끝난 뒤 비자의 실험은 제2단계로 들어간다. 뉴욕에서 체이스맨해튼, 시티뱅크 2개 은행, 그리고 마스터카드와 공동으로 IC내장형 카드의 실험이용을 실시하는 것이다. 비자측과 마스터카드측의 IC카드를 같은 단말기로 이용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 접근도 시도한다. 도입되는 카드는 모두 일회용이며애틀랜타 발행 비자캐시도 물론 이용이 가능하다.

현재 유럽과 미국 전화회사를 포함한 많은 관련업체들의 IC카드기술이 제창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소매점들은 우위를 차지하는 카드기술이 결정될때까지 가맹결정을 유보한다는 자세를 보여왔다.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2대 카드회사가 손을 잡음으로써 비자-마스터방식이 사실상의 기술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비자측은 「IC의 용량을 높여 의료기록 및 개인 ID로서의 기능도집적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갑의 부피만 차지하는 각종 카드가 한장의 카드로 대체될 날도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심규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