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정영태 기자】 샌프란시코 모스콘센터에서 사흘간의 전시일정을 마치고 지난 18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세계 최대의 반도체재료·장비관련 전시회 「세미콘웨스트 96」은 최근 반도체 경기침체에 따른 장비·재료업체들의 어려움을 여실히 입증한 자리였다.
올해로 26번째인 이번 전시회에는 18개국에서 지난해(1천2백18개)보다 약10% 증가한 1천3백37개 업체가 참가했고, 전시업체 관계자 수도 지난해 1만8천여명에서 올해 2만7천2백60명으로 늘어났으나 전시회 참관객은 지난해(5만5천명)의 30%에 불과한 1만8천87명으로 최종집계돼 장비·재료업체들의 「집안잔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 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측은 집계방법을 더욱 현실화해 참관객의숫자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수년간 참석해온 업계 관계자들은 『손님은 없고 장사꾼만 많은 유별난 행사』였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와일본의 경우 참관자 수가 지난해의 3분의 1 이하로 감소해 관련업계가 반도체 불경기로 인해 겪고 있는 고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번 전시회를 주관한 SEMI도 지난해 장비산업이 이례적인 초고속 성장세를 보였으나 올해 이후부터는 거품을 걷어낸 안정된(?)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전세계 장비투자 규모는 95년 81억달러에서 올해는55억달러로 32%가 감소할 전망이며, 특히 올 상반기 반도체장비업체의 매출은 지난해 대비 33%가 성장했으나 주문이 격감하는 추세여서 하반기에는 22%의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내년에는 장비판매 성장세가 더욱격감해 8%에 머물 겠지만, 98년에는 경기가 다소 회복세를 보여 장비판매 성장률이 17%대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SEMI는 장비시장 위축을 부채질하는 주 요인을 『올해 초 우리나라·일본반도체업체에 의해 이루어졌던 투기에 가까운 장비투자 열기가 식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하반기 장비시장에 이들 국가의 투자감소분이 반영될것이라고 보았다. 각 지역별 장비투자액 증가율 또한 내년부터 전반적인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지역별로 유럽은 올해 20%에서 내년 5%로, 일본은 19%에서 6%로, 북미지역은 23%에서 8%로, 우리나라는 24%에서 11%로 각각 성장률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세계 장비업체들의 장비판매액 규모는 지난해 65%의 급신장세를 보인 가운데 우리나라가 91%로 성장률에서 수위를 달렸고, 이어 일본이 68%, 북미·유럽은 각각 50%씩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전시회 초미의 관심사로 지목됐던 3백㎜지원 반도체장비의 출현은 당초 기대와 달리 일부 웨이퍼 샘플제품을 제외하고 찾아보기 힘들어 3백㎜ 웨이퍼로의 이행이 「누구나 낙관하지만 책임은 지지못하는」, 여전히 어려운문제임을 증명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에 이어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가 주관한 10개 부스규모의 국가관에 동양청정소재·LG실트론 등 6개 업체가 참가했으나 KOTRA측의 지원부족으로 내년부터는 개별신청할 의사를 비치는 업체가 상당수에 달했다.
한편 전시회기간에 미국 자이고社가 테크니컬 인스트루먼트社(TIC)를, 에처업체인 미국 PMT社가 영국 일렉트로테크 그룹을 각각 합병한다고 발표해소규모 벤처기업들의 시너지효과 창출을 위한 전략적 제휴 붐을 예고했다.
세미콘웨스트는 내년부터 전공정과 후공정·테스트의 2개 분야로 분리되어각각 3일간씩 샌프란시스코와 새너제이에서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