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라이프사이클(생명주기)은 얼마나 될까. 90년대 들어 급속히 짧아지고 있는 가전제품 라이프사이클이 소비자와 제조업체 모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데도 길어지지는 않는 것같다.
컬러TV를 중심으로 한 AV기기의 경우는 오히려 1년이내로 라이프사이클이줄어들었다. TV를 살펴보자.
삼성전자는 지난 93년 10월 시청자들의 건강기능을 내세운 바이오TV를 출시한 후 이듬해 8월 「명품」, 지난해 3월 「와이드」, 그리고 지난달말에는「명품 플러스원」을 각각 내놓았다.
LG전자도 93년 「아트비젼TV」를 내놓은 후 해마다 「아트비젼 그린」, 「아트비젼 골드」 등으로 모델을 대체해왔다. LG측에선 이 아트비젼이 4년째사용하는 장수모델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기능과 디자인을 약간씩 변형하면서실제로는 모델을 바꿔왔다.
대우전자는 93년초에 라벤더 브라운관을 채용한 「임팩트 플러스」를 출시하고는 그해 연말에 다시 슈퍼플랫 브라운관을 채용한 「뉴 라벤더 임팩트」를 내놓았다. 그리고는 6개월마다 「임팩트 세이프」와 「임팩트 개벽」을잇달아 출시했다.
컬러TV는 특히 광폭TV처럼 화면규격이 커지거나 정보통신과 복합화된 신상품들이 계속 등장함으로써 실제로 소비자들이 느끼는 라이프사이클은 더욱줄어드는 추세다.
냉장고는 라이프사이클이 1년으로 정착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LG전자의 경우 지난 93년 「김장독 냉장고」로 대히트한 후 이듬해 「뉴김장독」, 지난해 「육각수」, 올해 「싱싱나라」 등으로 1년 만에 그 생명이 끝나버렸다. 삼성전자도 현재의 「독립만세」가 나오기까지 해마다 모델을 바꿔왔으며 대우전자는 지난 94년초 입체냉장고 출시이후 약간씩 기능을보강한 모델을 내놓고 있다.
세탁기는 LG전자 제품이 92년 「리듬」, 93년 「카오스」, 95년 「세개더」 등 2년 주기로 길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세탁기는 92년 「삶는 세탁기」,93년 「퍼펙트 세탁기」, 93년 「신바람 세탁기」, 그리고 지난해 7월에 「애지펄」 등을 내놓았다. 대우전자는 91년 「공기방울세탁기」를 기본으로 92년 원적외선 채용, 93년 양복세탁이 가능한 「공기방울세탁기Z」로 이어져장수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이와는 별도로 지난해 7월에 건조기능을 추가한공기방울세탁기도 출시했다.
가전제품 라이프사이클은 특히 시장경쟁의 정도에 따라 변화하고 家電의個電 상품화 추세에 비추어 볼때 앞으로 외국상품의 국내 유입 확대와 더불어 더 짧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AV기기와는 달리 백색가전의 경우는 라이프사이클이 현재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크다. AV는 디지털 위성방송의 출현 등 정보통신쪽과의기술융합이 활발해지고 이에 따른 복합상품이 속속 등장하는 데 반해 백색가전은 기본 기능에 초점을 두고 장수상품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윤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