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금주의 핫 이슈-통신품위법 위헌 공방전

이른바 "불건전한" 자료의 온라인 게재를 불법화한 미국 연방통신법상의 "통신품위법(CDA:Communication Decency Act)"이 필라델피아주 연방법원에의해 위헌판결을 받은 이후 미국 행정부가 이 사건을 대법원에 상고하기로결정함에 따라 CDA에 대한 관심이 다시 한 번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12일 필라델피아 연방법원은 "불건전한" 자료의 인터넷 게재를 불법화한 미국 연방정부의 조치, 즉 CDA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외설.폭력물의 근원지와 동일어였던 인터넷 및 그 유포자들로여겨졌던 네티즌들의 자존심이 회복된 동시에 온라인 상에서의 언론의 자유도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반면 이번 판결로 지난 2월 8일 빌 클린턴대통령의 서명에 의해 발효된 연방통신법 제 507장 CDA는 올 가을 대법원의판결이 있을 때까지는 위헌이라는 굴레를 쓰게 됐다.

가을께 최종 판결CDA란 인터넷 등 온라인상에 외설.폭력물 등 이른바 불건전한 정보를 게재하는 것을 불법으로 간주, 관련자료를 올린 사람들에 대해25만달러의 벌금이나 최고 2년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정한 규정.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사이버 스페이스상에서 미성년자들이 불건전물에 지나치게 노출돼 있고 따라서 정부가 미성년 자녀들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주장하면서 이 법에 서명한 바 있다.

한편 미국 의회 및 정부의 이같은 발표에 대해 미국의 네티즌들은 크게 반발하면서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법안서명 당일부터 미국시민자유연합(ACLU) 등은 이 법의 잠정적인 집행중지를 주장했다. 이어 EFF.EPIC.VTW 등을 비롯한 40여개의 시민단체가 필라델피아 연방법원에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계속적인 항의의사를 밝혀오던 아메리카 온라인(AOL).컴퓨서브.마이크로소프트(MS) 등 업체들과 미국신문편집인협회(ACNE) 등도 2월 26일 CDA가 언론의자유라는 대원칙에 위배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리고 이때부터 인터넷시민주도연합(CIEC) 등 인터넷에서의 언론자유를 주장해온 단체들과 정부간의법정싸움이 시작됐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CDA는 이른바 불건전 자료에 대한 범위가 불분명해 미국헌법상의 언론자유의 원칙을 침해할 소지가 매우 크다는 것이었다. 또한인터넷이라는 국제적 성격을 가진 정보매체가 일국의 관행이나 통념에 따라규제되는 것은 극히 불합리하다는 것이었다. 인터넷에 게재되는 자료의 60%이상이 미국에서 공급되고 있다고는 해도 미국을 포함, 전세계 1백60개국 3천5백만명이 연결된 네트워크를 미국만의 잣대로 측정하는 것은 모순이라는주장이다. 이때쯤에는 이미 많은 웹사이트들은 언론자유에 조종이 울렸다는항의표시로 블루리본이 걸리거나 검게 채색되고 있었다.

미국내 8만개의 도서관들로 구성된 미국도서관협회(ALA)는 책의 내용을 온라인상에 소개할 때 범죄가 성립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D H 로렌스의"채털리부인의 사랑"이나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등 명작소설도 CDA적관점에서 보자면 불건전물이기 때문에 그 내용을 온라인에 올릴 경우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된다는 것이다.

인권단체인 "인간의 권리감시"그룹도 CDA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미얀마나파키스탄.나이지리아에서의 성고문사례를 폭로하려는 목적을 가진 보고서는CDA가 지적하는 이른바 "불건전한" 내용으로 가득찰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DA 비판자들은 CDA가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에서의 불건전물에 대한 규제는 그 순수성을 의심할 만하다. 대문만 열고 나서면 외설물들이 넘쳐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관대하면서 인터넷에 대해서만 엄격할 수는 없다. 따라서 현단계에서 우리가 문제 삼아야할것은 인터넷이 아니라 정부에 의해 간과되고 있는 통신매체 전반"이라는것이다. 이들은 또 "인터넷 호스트의 40%가 미국 이외의 지역에 있다. 따라서미국 법규만으로는 다른 국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불건전물을 게재하는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일방적 판단 항의이같은 주장에 따라 3월 21일부터 인터넷에 대한 면밀한조사에 들어간 필라델피아 연방법원의 3명의 판사들은 수차례에 걸친 인터넷접속 시연과정과 관계자들이 배석한 가운데 이뤄진 토론끝에 마침내 지난달12일 정부나 의회가 인터넷을 규제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다. 인터넷 등온라인서비스는 라디오.TV방송과 유사하기 때문에 신문이나 출판물보다 더엄격하게 정부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정부측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법원은 "ACLU처럼 CDA에서 싸워온 단체들은 이 조항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증거를 분명하게 제시했다"고 밝히면서 인터넷은 전세계인의 매체이고 현재까지는 "시민참정권"을 보장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 되고 있는 등긍정적인 측면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규제보다는 오히려 정부의 개입으로부터 최대한 보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연방법원의 논고는 타당성을 갖고 있다. 더욱이 아직까지는 인터넷의검색엔진들이 "낙태"나 "AIDS"라는 단어가 갖는 긍정적인 측면을 변별해낼능력이 없다. CDA를 고집하면 청소년들이 성병이나 낙태에 관해 올바른 지식을 얻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퓰리처상을 수상한 토니 쿠쉬너의 희곡 "미국의 천사들"에 관한 자료를 찾기 위해 단어검색을 시도할 경우희곡과는 전혀 관련없는 외설스런 화면이 뜨기도 한다.

어쨌든 법안에 대한 연방법원의 이번 반대판결로 온라인업체들은 비록 대법원의 판결이 아직 남아 있기는 하지만 온라인사업 전개에 있어서의 걸림돌이었던 불건전물 한계의 불분명성이 제거됐고 따라서 앞으로 사업방향의 설정도 쉬워졌다고 하겠다.

차단SW 필요성 대두이번 판결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언론자유라는 대의명분에대항해 승리한 소송사건은 거의 없었다는 점으로 미루어 필라델피아 연방법원의 판결이 대법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CDA는 너무포괄적이어서 이와 유사한 강제규제는 앞으로도 폭넓은 지지를 얻기가 힘들것이라는 것이다.

불건전물에 대한 법적 제재는 시기상으로 너무 이르다는 목소리도 높다. CDA에 대한 업체들의 반발이 장삿속이 전혀 개입되지 않은 순수함으로만 보아주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TV 등 가정내에서는 물론 범람하고 있는 외설.불건전물에 대한 대책없이, 미국인구의 단지 10%만이 이용하고 있고, 그것도 능동적으로 관심을 가질 때만 접속이 가능한 인터넷상에서의 정보들을 불건전물로 몰아붙여 이를 차단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기존 서프워치나 사이버 패트롤 등 불건전 정보차단소프트웨어를 계속적으로 개발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한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므로 PICS(Platform for Internet Content Selection) 등 기술적인 방법을 활용한 등급제를 통해 미성년자들을 폭력.외설물로부터 보호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결국 필라델피아 연방법원의 판결은 미성년자 보호를 주장하는 측과 언론의자유확보를 주장하는 측과의 충돌의 끝이 아니라 시작인 셈이다.

<> CDA판결 일지

<2월>

8일:빌 클린턴 미대통령 ’96 연방통신법 서명

-오늘은 진정한 정보화시대를 여는 첫날로 기록될 것이다:잭 필즈 공화당하원의원

같은 날:ACLU 등 일부단체가 연방통신법의 CDA가 헌법에 위배된다며 필라델피아 연방법원에 제소

-오늘은 미국의 언론자유를 위해서는 대단히 슬픈 날로 기록될 것:배리 스테인하트 ACLU 대표

9일:블루리본 운동이 시작되고 다수의 웹사이트 배경색이 검게 채색됨-정부는 앞으로 새로운 언론매체가 나타날 때마다 어떤 규제를 만들어야 할지고민하게 될 것:ACLU의 관계자

15일:필라델피아 연방법원, CDA소송을 위해 돌로레스 슬로바이터.스튜어트댄젤.로널드 뷰크발터 등 3인을 "사이버판사"로 지명 26일:MS.AOL 등 업계와 시민단체들 대CDA투쟁 본격화-불행하게도 의회는 인터넷기술과 관련한이해도가 낮은 상태에서 CDA를 통과시켰다;AOL의 스티브 케이스 회장

<3월>

14일:앤나 에슈 민주당 상원의원, "불건전한"이라는 어구를 "미성년자에유해한"으로 바꾸는 등 CDA를 보다 구체화한 온라인 페어런털 컨트롤 액트(OPCA)로 바꿀 것을 제안

-우리는 CDA가 법원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입법과정에서도 변화해야 한다고믿는다:세이프서프사 레이 솔러 회장

21일:필라델피아 연방법원 판사들 인터넷에 대한 시연시작-인터넷에서의외설 및 폭력물의 전송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밴더빌트 대학의 도나호프먼 교수

<4월>

1일:소송에 대한 3번째 토론. 독일에서 음란물 및 신나치주의의 파급을경계하는, CDA와 유사한 법률 도입

<5월>

10일:CDA가 위헌쪽으로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

-우리는 대법원이 우리와 같은 판결을 하리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슬로바이터 판사

<6월>

3일:CDA 소송에 대한 마지막 토론

-판사들은 (인터넷)기술력에 의해 기가 질려 버렸다:CDA 지지론자 12일:CDA위헌 판결

-인터넷은 끝없이 이어지는 전세계인들의 대화통로로 미국정부는 이같은대화를 막을 수 없다:연방법원의 CDA 소송 판결내용

<7월>

2일:연방정부, CDA소송을 대법원에 상고키로 결정

-이번에는 CDA의 합헌 판결을 위해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가정과 자녀를생각하는 모임"의 관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