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기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이 최근 사임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케이블TV업계가 이를 계기로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김재기 협회장은 지난주 개최된 협회이사회에서 『이제 케이블TV 시청가구가 1백만을 돌파해, 자신이 해야할 일은 다했다』면서 『내년 3월까지로 되어 있는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협회는 오는 26일 오후 이사회와 총회를 잇달아 열고, 현재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는 조경목 전 과기처 차관을 회장에 선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새 회장선임을 계기로 현행 「상임 협회장제」를 협회 회원사대표가 비상임으로 회장을 맡도록 해야한다는 견해가 관련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견해는 지난해 9월 임시총회를 개최, 상임부회장 직제를 없앨 당시 한번 거론됐던 적이 있어 이 총회에서 또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애초 케이블TV협회가 출범할 당시, 협회장은 비상근직이었다. 그런데 현재의 김재기 협회장이 부임하면서 상임직으로 바뀌었고, 이번에도 케이블TV 업계인사가 아니라 외부인사를 회장으로 임명하려 한다는 점에서 회원사 일부에서는 반대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
또 현재의 김재기 회장이 그동안 「밀어붙이기식」 스타일로 많은 일을 해냈지만, 내실있게 협회를 운영했다기 보다는 외화내빈의 행사치레에만 치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사임의 배경에 대해서도 해석이 구구하다. 일부에서는 잔여임기가 8개월 이상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갑자기 사임한 것은 모종의 사퇴압력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최근 모 월간지에서 케이블TV개국 1주년을 맞아 각종 현황과 문제점들에 대해 속속들이 파헤치자,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김재기 협회장의 사임배경이 어떻든 이제는 케이블TV 업계 내부의 일을 잘아는 사람이 회장직을 맡아 협회를 이끌어가야 하고, 협회 또한 전문인력을채용, 협회운영을 보다 짜임새 있고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지난해 9월 「부회장 파문」시에 임시총회를 개최하면서 전원 사퇴의사를 표명했으나 지금까지 존속해 오고 있는 현행 이사진도 함께 교체돼야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프로그램공급사(PP)협의회와 종합유선방송국(SO)협의회 회장단도이번 기회에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PP와 SO협의회 회장단은 모기업이 대기업사로만 되어 있어 중소업체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최근 중소업체 컨소시엄 형태로 구성된 일부 PP대표자들과 서울지역의 일부 SO사장들도 각기 다른 자리에서 이같은 논의를 가진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지금까지 공보처의 강력한 드라이브 정책으로 말미암아 「잘 걷지도못하면서 손에 이끌려 막 달려온 형국」의 케이블TV 업계가 「뒤를 돌아보고 장래를 설계하는」 냉정한 시간적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케이블TV를 걱정하는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조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