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대기업들의 중소 세트업체 및 부품업체에 대한 기업인수합병(M&A)이 부품업계의 판도를 바꾸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솔그룹·해태그룹·동원산업그룹·대우그룹 등은 최근 기존 전자제품 및 부품업체 인수를 계기로 그룹차원의 새로운 구매체계를 정립하거나 협력부품업체들의 「대형화」를 적극 추진, 기존 중소 협력업체들의 대거 탈락이 예상되는 등 부품업계의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마벨(데크메커니즘)·옥소리(사운드카드)·한화통신(모뎀) 등 중소업체에 대한 공격적인 M&A를 통해 대형 전자·통신그룹으로 변신한 한솔그룹은최근 부품구매체계를 대폭 변경하고 주요 핵심부품 거래선을 삼성그룹 계열부품업체와 관계사로 대거 이전했다.
지난해 인수한 인켈(오디오)과 나우정밀(통신기기)을 통·폐합, 종합전자업체로 재도약을 선언한 해태그룹 계열 해태전자는 최근 개별업체로 분산된구매체제를 그룹차원의 일괄구매 방식으로 전환, 일정규모 이상의 중견업체로 구매선을 제한키로 하는 등 새로운 협력업체 선정작업에 착수했다. 지난해 중소 통신장비업체인 성미전자를 인수한 동원산업그룹 역시 핵심부품 구매선의 대형화 및 다변화를 추진, 그동안 중소업체인 대협전자가 거의 독점공급해온 통신장비용 양면 인쇄회로기판(PCB) 물량의 상당부분을 새로운 공급선으로 선정한 대덕전자로 전환했다. 대덕은 올초부터 공급량을 늘리기 시작, 현재는 성미전자 전체 소요량의 60% 이상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카오디오용 스피커업체인 북두를 간접적으로 인수한 대우그룹은 기존주력 협력업체였던 한국음향에서 구매하던 물량을 대거 북두로 돌렸는가 하면 현대의 위성그룹인 금강의 관계그룹인 NK그룹은 오디오용 스피커유닛업체인 삼미기업(현 NK텔레콤)을 인수, 현대자동차에 스피커 공급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부품중심에서 PC·모니터·통신기기 등을 포함한 종합전자업체로탈바꿈한 태일정밀그룹은 중소 부품업체의 잇따른 인수를 통해 자급자족 구매체계를 확보, 부품 소요량의 상당부분을 계열사 생산분으로 소화하고 있다.
중소 부품업계 관계자들은 『대기업들의 공격적 M&A가 중소 전자업체와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피인수 업체의 대형화에 따른 실질적인 구매체계 변경이 중소 전문부품업체들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주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