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화제] 게임업계, 판권둘러싸고 혼탁양상

「더위먹은 게임소프트웨어업체들」.게임업체들간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발생한 두가지 사례는 우리 게임소프트웨어업계가 안고 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하나는 <하드볼 5>의 판매를 둘러싸고 전개된 동서산업개발과 두산동아측간의 주도권 다툼이며,또다른 하나는 <어스웜짐>의 중복출시와 관련해서SBK와 한겨레정보간에 벌어진 공방전이다.

먼저 <하드볼 5>(제작 아클레이드사)과 관련해서는,이 작품의 번들권을확보한 GM사로 부터 판권을 재구입한 두산동아측이 CD케이스와 함께용산의 한 유통업체에게 총판권을 주고 제품을 값싸게 내놓려고 하자,이같은 소식을 접한 동서산업개발측이 역공을 취하면서 일어났다.

<하드볼 5>의 정품 판매권을 확보,1차로 이 제품을 판매한 동서산업개발은 용산상가 판매업체들에게 이 제품의 정품을 5천원에 공급하면서 수입업체와 유통업체간의 싸움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두산동아측으로 부터 총판권을 확보한 한 유통업체는 판로가 막히면서 재고를 잔뜩안게 되자,자사 판매망을 중심으로 동서산업개발 제품의 불매운동을 벌이려고 하는등 다각적인 대응책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

더구나 이 과정에서 동서산업개발측이 5천원에 정품을 공급한 것에 대해,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게임 공급가격이 비싸다는 사실을 업계 스스로인정하는 꼴이 돼,오히려 업계전체에 상당한 부담으로 되돌아 올 것』이라고우려하고 있다.

현재 게임 공급가격은 소비자가격의 55%선에서 형성돼 평균 2만원상당에이르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때 이번 동서산업개발측의 5천원 공급가는 그동안 게임업체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입증해 주고 있다는것이다.

또 다른 사례인 <어스웜짐>의 중복출시경쟁은 국내업체들이 외국업체들의「봉」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SBK사가 <어스웜짐>의 윈도우 95전용판권을 미국 액티비젼사로 부터구입해 판매에 들어가자,한겨레정보통신도 <어스웜짐 1&2>의 DOS판권을 미국플레이메이트사로부터 획득,두 제품이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것. 이같은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은 어스웜짐의 제작사인 SHINY엔터테인먼트사가 두회사에게 판권을 넘기는 과정에 일어난 것이다.

SBK사측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이미 액티비젼사로 부터 2년계약으로 판권을 확보하고 제품을 한글화하고 있는 과정에서,지난 5월말한겨레측이비슷한 제품의 판매전단을 배포한 것을 알고 자신들의 계약과정을구두로 전달했다』면서 『미국측에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현재 다각적인 대응책을검토중에 있다』고 말한다.

이 관계자는 『국내 게임타이틀시장이 아직 협소함에도 불구하고 유통사에서 연이어 비슷한 제품을내놓을 수 있느냐면서 상도의상 문제가 있다』고 불만를 터뜨리고있다.

이에대해 한겨레정보통신측은 『미국에서도 현재 판권을 둘러싸고 아무런문제가 없다』면서 『마켓팅면에서 열세에 놓인 SBK측의 부탁을 받고 오히려출시시기를 7월로 조정해 주는 편의를 봐주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일련의 현상에 대해 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업체들이 경쟁에 눈이 멀어무조건 판권을 확보하자는 데에 치중한 결과』라면서 『앞으로 제품을 출시할 때부터 윈도용,번들용,도스판,FD판,CD롬판등 다양한 판권내역을 소비자들에게 정확하게 공개하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지적한다.

<원철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