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PCB원판업체인 두산전자가 설립된 것은 지난 76년이고 코오롱전자는 이보다 12년 뒤인 88년에 설립됐다.
두 회사를 비교해보면 기초소재산업에 있어서 오랜 기간에 쌓아온 노하우나 시장점유율 등 기득권을 깨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쉽게 알 수 있다.
지난해 국내 PCB산업이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린 점을 감안할 때 국내 PCB용 원판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두산전자와 코오롱전자의 실적이 모두 뛰어난것은 당연해 보인다.
특히 그동안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코오롱전자는 지난해에 엄청난 약진을 기록함으로써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두산전자와 코오롱전자의 지난해 매출액은 각각 1천6백80억원과 5백36억원. 일단 외형만을 보면 두산이 코오롱보다 3배나 크다.
그러나 코오롱전자는 지난 2년간 매년 30% 이상의 높은 매출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는데다 93년에 90%에 달했던 매출원가율도 지난해에는 83%까지 지속적으로 낮췄다. 이는 두산전자의 매출원가율 81.8%에 비해 다소 높은 것이기는 하지만 제품경쟁력에서는 두산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 올라섰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코오롱은 이같은 약진에 따라 영업이익이 93년 이후 매년 거의 2배가 증가했으며 94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던 경상이익도 지난해에는 30억원이라는큰 폭의 흑자로 전환됐다. 여기에는 지난 2년간 증자를 통해 조달한 1백43억원을 차입금상환에 사용함에 따라 금융비용을 크게 줄인 것도 한몫하고 있다.
두산전자 역시 지난해에 만만치않은 성적을 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매출액이 1천6백80억원으로 전년대비 13.5% 늘었고 경상이익은 전년대비 1백% 가량증가한 5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두산전자의 성적표에 나타난 몇가지 사항을 고려한다면 두산의 지난해 실적이 결코 코오롱전자보다 뒤졌다고 말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우선 두산은 지난 92년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때문에 지불한 50억원의 특별비용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두산전자는 사고발생 당시 92년부터 95년까지4년간 매년 50억원씩 총 2백억원을 수질개선사업을 위해 대구시에 기부하기로 했으며 지난해 마지막으로 50억원을 기부했다. 이 기부금이 없었다면 그만큼 이익규모가 커졌을 것은 당연하다.
또한 지난해 7억7천만원의 특별상각을 실시하는 등 감가상각을 최대한 반영, 결과적으로 이익규모가 줄어든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양사가 이처럼 뛰어난 성적을 올린 데에는 무엇보다 지난해 PCB산업 호황을 틈타 원판가격을 대폭 인상한 데서 기인한다. 이들 양사는 지난 한햇동안에폭시원판의 경우 두차례에 걸쳐 13% 정도, 페놀원판은 한차례에 걸쳐 약 28%를 인상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최근 코오롱전자가 급성장했지만 아직 두산전자의 아성을 흔들어 놓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아 보인다.
다만 코오롱이 품질의 격차를 상당부분 해소했고 PCB업체들의 구매처 복수화 경향, 특히 원판기술의 핵심인 수지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상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코오롱이 실제 경쟁력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은 사실 올해 결과를 지켜보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지난해 사상최대 호황을 누렸던 PCB산업이불황에 빠져들고 있고 지난해 양사가 단행한 대규모 설비증설로 공급과잉이우려되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 원판가격을 대폭 올린 데 비해 오히려 10% 정도의 가격인하가 추진되는 등 상황이 지난해와는 판이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호황때보다는 불황기를 지나면서 진정한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게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