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이란 어떤 나라를 말하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일반적인 답변은 아마도 선진경제수준에 걸맞은 선진문화국가가 아닌가 생각한다. 물질과 정신의 세계가 균형되게 발전된 나라, 법과질서가 바로서고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는 사회, 그런 국가가 바로 선진국가라 할 수 있지 않을까.
OECD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도 경제선진국에 진입중인 것만은사실인 것 같다. 2000년대 초에는 세계 경제 7대국으로의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과거 개발도상기인 60, 70년대의 경제상황과 현재를비교하면 그 규모면에서는 엄청난 발전을 이룩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우리나라 경제가 놀라운 성장을 거듭하는 과거 30여년 동안 과연 우리의 정신문화는 올바르게 지켜지고 성장되어 왔는가. 또한 경제발전에 걸맞은 건전한 시민문화가 형성되어 왔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이제까지 우리는 개인은 개인대로 국가는 국가대로 잘 먹고 잘 사는 경제문제에만 몰두해 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다보니 어느 정도 경제발전은 이룩한 것 같은데 반면에 우리가 소중하게 여겼던 많은 부분을 잃어버린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다. 물론 경제가 발전하면 여러가지 사회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빈부격차의 심화로 인한 계층간의 갈등, 지나친 개인주의와 집단이기주의출현, 물질만능주의에 의한 인간성상실, 공해와 환경문제 등 이루 헤아릴 수없는 많은 문제들이 생겨난다. 하기야 2백∼3백년의 역사를 가진 서구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단 50년만에 우리가 이룩하리라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서구 선진국의 역사적 교훈을 통하여 그들이 어떠한 좌절과 도전을 거쳐서 오늘날과 같은 선진자본주의 나라를 이룩하였는가 하는 것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그들의 건전한 시민정신과 자본주의 정신을 올바로 이해하고배워야하지 않을까. 민주주의 절차의 존중, 공정한 게임의 룰, 기독교정신에입각한 건전한 직업윤리, 사회구성원으로서 연대감과 책임, 봉사정신과 인간중심적 사고, 지도층의 사명감과 도덕적 의무감 등 그들의 사회를 지탱하고있는 좋은 정신을 우리 것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중에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급히 요구되는 것은 지도층의 사명감과 도덕적 의무감이아닌가 생각된다.
미국이나 서구 선진국들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은 건전한 시민정신을 가진 중산층이 많이 형성되었기 때문이지만 본질적으로 중산층을 리드하는 사회 지도층의 사명감과 도덕적 의무감이 충만하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서구사회에서는 신분이 높으면 높을수록 사회적 지위에 합당한 도덕적 의무감이 주어지고 본인들도 사회적 신분에 맞는 도덕적 의무감을 인식하고 이를 지키려고 스스로에게 엄격한 것이 불문율처럼 되어 있다. 이것을 그들은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 같다.
최근 일어난 사건 중에 해외에까지 한국인을 수치스럽게 한 일들이 발생했다. 그 하나는 무분별한 한국보신관광단이 밀도살한 곰을 밀반출하려다 태국정부에 적발된 사건이다. 오죽하였으면 태국관광청도 한국인의 보신관광을자제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을까. 국내에서는 호화소비생활, 해외 나가서는 국위를 손상하는 보신관광 등 무절제한 관광족이 있는 한 선진한국의 건설은 요원할 뿐이다.
해외관광을 하는 부류가 아직은 우리나라의 중상층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일 것임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천민자본주의 현실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있을 것 같다.
다른 하나는 우즈베크의 타슈켄트 공항에 있었던 인기 연예인들의 집단항의소동이다. 이유야 어떻든 한국사회에서 영향력이 있다는 연예인들이 외국에서까지 자신들의 섭섭함을 집단행동으로 표출한다고 해서야 말이 되겠는가.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어느집단, 어느 계층이나 만연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편향된 집단이익의 극단적인 주장은 건전한 사회 발전에암적존재이기 때문이다. 또다른 하나는 재벌산하의 신문사에서 과열된 부수확장 경쟁으로 끔찍한 살인사건을 일으킨 일이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다는 언론기관이 도덕적으로 타락하였을 때는 올바른 여론을 선도할 수있는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
「노블레스 오블리제」는 비단 개인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영향력이 크면 큰 기관일수록 사회에 대한 책무를 성실히 수행함을 물론 그 기관의역할에 합당한 도덕적 의무를 지켜야 사회를 선도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현재 겪고 있는 사회적인 문제의 상당부분은 지도층이 그들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면도 없지 않다. 이제 우리는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00년대 우리가 자랑하는 국가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이제부터 사회 각계각층의 지도급 인사들로부터 서구사회를 건전하게 지탱하고 있는 밑바탕이되고 있는 지도층 인사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제」에 대한 참다운 의미와 실천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절실히 요청된다.
<이명우 국민리스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