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지난 26일 이사회와 총회를 잇달아 개최하고 조경목(59)씨를 제2대 회장에 선임했다.그러나 신임회장의 선임을 둘러싸고 케이블TV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적잖은 불만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우선 문민정부들어 다른 협·단체에서는 정치권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케이블TV 협회에는 김재기 전회장에 이어 이번에도 「다른 곳에서 이미 내정된 인물」이 그대로 선임됐다는 점이다.
김재기 전회장은 이날 퇴임인사말에서 『신임회장은 과학자출신으로 당과행정부에 걸쳐 두루 경험이 있으므로 앞으로 케이블TV의 발전을 위해 일할수있는 적임자』라고 추천했다.신임 조회장은 경기중고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했고 과기처 차관,민정당 기조실장 및 사무차장을 거쳐 12대와 13대국회의원(전국구)을 지냈다.
따라서 객관적인 기준으로 볼 때 「적임자」라 할 수도 있다.하지만 굳이정부가 케이블TV사업과 전혀 관련없는 인물을 내정해 놓고 총회를 통해 인준하는 방식으로 선임해야느냐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강한 회의를 나타내고있다.
또 이번 총회의 신임회장 선임절차도 잘못됐다는 것이다.이날 총회에서도일부 회원사가 이의를 제기했듯이 이사의 결원이 생기면,총회에서 이사를 선임,이사회에 통보하고 이사회는 이를 추인하도록 돼있다.그리고 상임이사인회장을 선임하는 경우에는 총회에서 선임한 뒤,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다시총회로 회부해 최종표결에 부치도록 돼있다.하지만 이날 선임절차는 앞의 과정을 생략하고 이사회에서 먼저 선임해,총회에 부쳐 만장일치로 선임해버렸다.
또한 이날 저녁 케이블TV협회는 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신구회장 이취임을 기념하는 환송 및 환영만찬을 조선호텔 호경전에서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이를 두고서도 케이블TV업계 관계자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업계관계자는 『케이블TV업계의 이익을 대변해 일하는 협회가 김재기 회장이 재임하는 동안 과다한 각종 행사를 벌이는등 방만한 운영으로 말이 많던 터에,임기를 끝내고 나가는 마당까지 구태여 비싼 경비를들여 그곳에서 직원들끼리 만찬을 개최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적자경영에 시달리는 케이블TV 프로그램공급사(PP)나 종합유선방송국(SO)들은 경상비를 줄이느라 허리를 졸라매고 있는 판에업계의 회비로 운영되는 협회가 아직도 구태의연한 행태를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