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브랜드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는 미국의 GE·월풀이 한국산 가전제품 조달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현지 조달방식의 브랜드 마케팅전략으로아시아지역의 수입 가전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대하기 위한 시도로 파악된다.
최근들어 미국 가전업체들은 일본의 對美흑자 감축과 연결된 「엔低」추세와 일본내 가전 소비패턴의 다양화 등으로 수입가전시장의 문턱이 낮고지고있고 한국 역시 높은 구매력과 함께 수입시장 개방 등으로 수입가전에 대한문호가 보다 폭넓게 개방되고 있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수있는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중국과 동남아 역시 한정되있긴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고급 브랜드 수요가 잠재해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미국 가전업체들은 오래 전부터 아시아시장, 특히 가전왕국인 일본시장 공략에 나섰으나 높은 브랜드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점유율 측면에서 90년대 초반까지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주된 이유는 일본의 생활문화와 괴리감은 크면서 가격이 비싼 미국형 제품이 일본 소비자들로 부터큰 호응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바로 이점은 미국 가전업체들의 아시아지역 공략전술을 바뀌게 한 중요한단서가 된다. 즉 투자를 최소화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상호 생활패턴이 비슷한 아시아역내에서 제품을 조달키로 한 것이다.
대표적인 최근의 사례로 작년 5월 일본의 대형가전양판점인 「코지마」와 판매계약을 체결한 GE는 지난해 총 11만대를 판매,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두자올 상반기 공급품목을 대폭 확대했는데 세탁기는 한국에서, 제습기는 대만에서, 에어컨은 일본현지에서 각각 조달한 것이다.
특히 에어컨은 10년 만에 다시 일본시장에 GE브랜드 제품을 출시했는데 타사에 지금까지 단한번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한 적이 없는 미쓰비시로부터 조달받았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GE는 신뢰성있는제품을, 미쓰비시는 유통망 강화라는 이해관계가 일치한 것이다.
이러한 GE의 성공에 자극받은 월풀도 한국의 가전3사 등 주요가전업체를통해 세탁기·냉장고·에어컨 등 주로 백색가전제품의 OEM 조달을 추진하면서 일본·한국·동남아 수입가전시장에서의 입지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한국제품은 가격대 품질경쟁력이 뛰어나고 용량면에서 다소 일본제품과 차이가 있을 뿐 기본방식이나 디자인 등 전반적인 면에서 유사해 일본시장을 공략하는 데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내 가전업체들은 이러한 미국업체들의 한국산 제품조달 움직임에 크게두가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직 일본및 동남아시장에서 한국산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만큼 브랜드에 상관없이 공급을 확대, 실리를 취해야한다는 입장과 확실한 실속을 챙길 수없다면 장기적인 측면에서 OEM 공급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업체에 대한 OEM 공급량이 늘어날 경우 동일한 제품이 저렴한가격으로 국내시장에 재유입돼 스스로 수입제품의 입지를 확대시켜 줄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공감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와함께 시장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국내 중견 가전 생산업체와 협력파트너를 찾고 있는 구미업체와의 전격적인 협력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WTO체제 형성으로 인위적인 보호장벽을 기대할 수없는 상황과 소비자들의욕구가 날로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를 고려할 때 현지 제품조달을 통한 미국가전업체의 브랜드 공세는 어떠한 형태로든 아시아지역의 가전시장에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