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근호 항공우주연구소 소장이 최근 과학기술처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패한 R&D 프로젝트가 주는 교훈」을 주제로 금성정밀·금성전선 등 그동안 몸담고 있었던 근무처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특강을 했다. 주요 특강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 선박 항해용 레이더 개발사례 (금성정밀)
방위산업체인 금성정밀은 76년 회사 발족과 동시에 부설연구소를 설립하고벌컨포 사격통제용 레이더의 개발에 착수했다. 처음에는 미국회사로부터 부품을 도입, 조립하는 넉다운 방식으로 시작했으나 82년 독자적인 모델을 개발하는 데 성공, 그 해 「전자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그 후 금성정밀은 영국의 레이칼사와 이를 개량한 선박 항해용 레이더를공동개발했고 85년 1만대나 해외시장에 수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 뿐이었다. 항해도중 레이더의 고장이 잦아지면서 고장수리 요구가빗발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생산원가를 줄이기 위해 연구소와 충분한 협의 없이 설계를 조금바꾼 것이 화근이었다. 설계변경에도 불구하고 공장에서는 레이더가 잘 가동되었지만 항해 때 느닫없이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 제품이 한번 신용을 잃게되자 판매는 격감하고 재고가 급증, 금성정밀은 마침내 89년 이 사업을 포기했다. 「훌륭한 연구개발 실적을 내는 것 이상으로 연구소와 공장간의 기술이전이 중요하고 어렵다」는 교훈을 이 사례에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 점화용 케이블 개발사례 (금성전선)
금성전선은 86년 耐熱性이 뛰어난 자동차 점화용 케이블을 개발했지만 수요업체인 자동차 회사들이 신뢰성을 내세워 계속 채택을 거부했다.
이 업체들에게 전장품을 납품하는 중소하청업체들이 이윤감소를 우려해 금성전선의 케이블에 문제가 있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다녔기 때문에 신제품 개발 초기에 2중으로 고전했다. 「제품개발은 치밀한 영업전략과 같이 이루어져야 그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교훈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 공업용 레이저 개발사례 (금성전선)
금성전선은 87년 산업용 레이저를 개발했다. 목공소를 경영하는 삼신레이저 사장이 1호 제품을 사가 사업이 번창할 정도가 됐고 성능도 그런대로 우수했다. 그러나 수요가 1년에 1∼2대 될까말까 할 정도로 판매가 부진하자결국 레이저 사업을 중단해야 했다.
이에 따라 레이저 기술팀이 별도로 독립해 하나기술이라는 공업용 레이저조립·판매·수리 회사를 설립, 이 사업을 계속 이어나갔으며 현재는 이 분야의 전문업체로 성장했다.
「기술만 확실하면 대기업에서 실패한 과제라도 중소기업에서 얼마든지 성공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이 사례에서 엿볼 수 있다.
<서기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