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소프트웨어의 협업과 분업

金吉雄 한국기업전산원 대표

최근 전자결재 시스템에 대한 수요 신장세가 폭발적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낙관론이 우세하던 그룹웨어 시장이 연말에 인트라넷이라는 새로운 돌발변수에 부딪히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90년대에 접어들면서 선진국의 유명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전자우편과 같은 초기적 그룹웨어 기능을 이미 응용 프로그램의 영역으로 보지 않고 마치 프린터나 화면처럼 일종의 출력 디바이스로 여겨 운용체계 기능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워드프로세서나 스프레드시트 등 거의 모든 소프트웨어가 전자우편 기능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고 윈도95에도 내장돼 있다. 따라서 이런 단순기능의 그룹웨어는 인트라넷 열풍이 불기 전에 이미 종말을 예고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컴퓨터를 익숙하게 사용하기 시작한 산업현장의 수많은 사용자들은메시지 기능과 같은 단편적인 도구보다는 실질적으로 일 그 자체를 처리할수 있는 강력한 통합기능의 시스템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따라서 최근의전자결재시스템 붐은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적인 사무환경에서 거의 모든 사무직들이 하루 근무시간의 81% 이상을서류 기안과 접수·결재·보관·열람 등 문서와 관련된 일들을 하고 있다는현실을 직시할 때 조직 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서를 디지털화하여 전자문서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업무 흐름과 처리과정 자체를 모두 자동화할때 얻을 수 있는 생산적인 효과는 지금까지의 어떤 시스템보다도 크다고 할수 있다. 이런 상황이 업종이나 규모와 관계없이 거의 기업들이 전자결재를도입하겠다고 앞다투어 나서는 이유다.

특히 정부가 지난 5월3일자로 사무관리 규정을 개정하여 전자문서를 정식공문으로 인정하고 전자결재를 법적으로 허용함에 따라 상당히 많은 중앙부처와 지방자체단체가 동시에 전자결재를 도입하고 있다. 그리고 미처 대비하지 못한 기관이나 단체들은 대부분 금년중 예산을 확보하고 내년 상반기에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어서 이 시장의 성장속도는 폭발적이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 아닌 듯싶다.

이런 낙관적인 시장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중요한 문제는 공급능력이다. 전자결재는 워드프로세서처럼 개인이 PC에 직접 설치할 수 있는 간단한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를 구축해야하고 서버와 데이터베이스 엔진을 설치하기 위한 다수의 기술인력과 전자문서제도에 대한 컨설팅 요원들이 요구되는 전형적인 SI유형의 사업이라고 할수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처럼 한국적인 전자결재시스템을 개발하여 시장에서 그 성능과 실용성을 이미 검증받은 기업들이라고 하더라도 인력문제에서비롯된 공급 및 지원능력의 한계로 폭발적으로 쏟아지는 시장의 요구들을 미처 모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생산자원이던 노동력이 이미 경쟁력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전자결재시스템은 국가의 경쟁력을 부활할수 있게 하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소프트웨어 업계로 보면 전반적인 부진을 딛고 일어설 전략적인 분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우리의 소프트웨어는 내부적으로 분업과 협업 체제가 전혀 이루어져 있지 않고 있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대기업 계열 SI업체들은 외국 제품의 공급권을 얻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투자하고 있으면서도 국내 전문업체와의 협업체제에는 무관심하고 오히려 관련 분야에 충분한 노하우나 경쟁력을 갖고있지 못하면서도 스스로 개발하겠다고 수년씩 세월을 보내고 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 전체의 경쟁력마저도 뒤지게 하는 것이 우리의 아픈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