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연중기획 SW산업을 살리자 (24);수출현환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수출은 70년대초 한국과학기술원(KIST)의 對미국용역과 75년 화콤코리아(현 한국 후지쓰)가 메인프레임용 운용체제(OS)를 개발, 전량 일본 본사에 수출하면서 시작됐다. 80년대 초반에 들어서도 삼보컴퓨터가 RPG 프로그램을 일본에 수출하는 등의 기록이 있으나 어디까지 기업간 친분 등에 의해 이루어어진 것이었고 간헐적으로 이뤄졌었다.

규모는 작았지만 소프트웨어 수출이 산업적 측면에서 이루어지기 시작한것은 80년대 후반 부터이다. 행정전산망을 비롯, 86아시안게임 및 88올림픽전산시스템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들이 발주되면서 국내 정보처리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한국정보산업연합회·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등 단체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다.

주요 분야로는 용역수주·인력파견·일괄수주(턴키)·패키지 등으로서 이때 굳어진 수출 구조는 현재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 95년 한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수출액은 총 4천1백20만 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가운데용역수주가 45.2%, 일괄수주가 41.4%를 각각 차지해 전체 수출을 주도했고인력파견과 패키지는 각각 10.7%와 2.7%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같은 구조는 전체 수출액 가운데 70% 가량이 라이센스와 패키지 및 컨설팅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 치중돼 있는 소프트웨어 강국 미국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소프트웨어산업에서도 수출은 다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와관련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수출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하나는 협소한 국내시장에 대한 돌파구이고 또하나는강력한 기술 경쟁력 기반에서 이루어지는 고부가가치형 시장개척 차원이다.

전자는 공급 규모(소프트웨어 업체 수와 규모)에 비해 수요 규모(발주량이나 패키지시장)가 지나치게 적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어 기업들의 생존 전략과 맞물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같은 측면의 수출은 부가가치가 높은 기술 또는 제품의 경쟁력 보다는 인건비나 물량규모에 의존하는 형태를취할 수 밖에 없다. 수출 총액에서 용역수주와 일괄수주 의존도가 80% 이상인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수출도 대부분 이같은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단계는 요구분석에서 부터 기본설계->상세설게->코딩->테스트->유지보수와 같은 6단계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이 가운데 기술이나 노하우 난이도 측면에서 본다면 요구분석과 기본설계는상급, 상세설계와 코딩은 중급, 테스트와 유지보수는 하급으로 각각 분류할수 있다. 상급으로 갈수록 부가가치가 높고 하급으로 갈수록 인건비 의존도가 높다. 대개는 일반 전산 프로젝트에서 처럼 상급의 내용에 따라 중·하급개발단계가 결정되는 수순을 밝는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출은 중급과 하급에 집중돼 있는데 다시 말하면 이는요구분석과 기본설계 등 상급 부문을 주도하는 는 미국 등 선진국 기업들의하청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관련 기술경쟁력 기반의 후자는 미국 등 선진국 기업들이 추구하는 전형적인 부가가치 창출형 수출임을 알 수 있다. 이 방식은 다시 패키지분야와요구분석 및 기본설계 위주의 시스템통합( SI) 컨설팅 분야로 나누어 진다.

패키지는 무한정 복제·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갈수록 각광받고 있는수출 분야로 꼽힌다. 이 분야 수출 기업들 역시 실제로는 프로그램 소스만공급할 뿐 인건비 부담이 높은 제조·공급·유통·유지보수 등은 현지법인이나 현지국가 하청기업들에 떠 넘기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우리나라 기업의 패키지 수출은 95년도 한해동안 고작 1백10만달러(약 8억원)에 머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의 오라클사가 96회계년도(95년6월~96년5월) 한해동안 한국에 4백50억여원(현지법인 한국오라클의 매출액)을 수출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이다.

국내 수출이 이처럼 컨설팅과 패키지 등 고부가가치 분야가 저조한 실적을보이는 등 구조의 고도화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기업들은 기술 부족 보다는 이를 상품화하여 판매하는 영업력 및 정부의 정책지원 부족등을 주된 이유로 들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최근 수출 경험이 있거나 계획 중인 31개 관련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SW산업의 수출현황」 조사 결과는 우리나라의소프트웨어 수출 부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어디에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고 있다.

<서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