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IC카드 보급부진에도 버스카드제 무리한 실시

서울버스운송조합이 지난달초부터 서울시 운행버스를 대상으로 전격 시행에들어간 버스카드제가 IC카드 보급 부진과 충전소 부족 등으로 인해 조기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행 두달째를 맞고 있는 버스카드제는 요금지불이 편리하다는 점때문에학생층 및 직장인을 중심으로 점차 호응을 얻고 있으나 카드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다 충전소가 부족해 버스카드 사용자들이 원가가 4천원선인 다쓴 카드를 버리고 새로운 카드를 구입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서울버스운송조합은 이에 따라 버스카드 사업자인 인텍크를 통해 프랑스젬플러스사로부터 1백만장 규모의 카드를 수입,새로 공급키로 한데 이어 버스카드판매소외에 각 시중은행의 자동화 코너에도 충전소를 설치하기로 하는등 뒤늦게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내 버스에 채용하고 있는 카드시스템과 IC카드의 경우 핵심부문을 전량 수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너무 서둘러 상용서비스가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실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서울 처럼 대규모로 RF/ IC카드시스템을 적용해시행한 나라가 전무한 실정이다. 홍콩의 경우 최근 시험적으로 이같은 방식의 카드시스템을 도입,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외산 카드시스템의 조기 도입이 국내 기술개발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의 버스카드제 도입이 비단 서울시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시가 시행하고 있는 버스카드제가 성공할 경우 전국적으로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전국버스운송조합도 각 지역별로 버스카드제를 도입하기 위해 전담사업자를 선정하고 본격 추진에 들어간 상태다. 또한 철도청도 올해말부터RF/IC카드로 전철을 비롯해 전국 열차의 요금을 결제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있다.따라서 이분야 국내 시장은조만간 엄청난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전국버스운송조합 및 지하철·철도청 등도 외산 카드와 단말시스템으로 인프라를 구축할 것으로 보여 외산 의존도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술력을 갖춘 국내업체들은 현재 전자주민증이나 전자지갑등에 주로 관심을 쏟고 있다.

버스나 지하철 등에서 외국의 시스템을 조기 도입할 경우 앞으로 형성될이 분야 시장을 외국업체에 고스란히 내줄수 밖에 없는게 현재의 상황이다.

RF/IC카드 관련 시스템의 국산화를 서두르지 않는다면 이 분야 기술축적은물론 국내 시장 기반 자체를 외국업체들에게 내줄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 당장 카드와 단말기 핵심모듈을 국산화하기는 힘들지만 RF관련기술은 기존에 축적된 기술을 활용,곧바로 국내 생산할수 있을것』이라며 『카드제 시행을 1~2년정도만 늦추었어도 국내 기술로 개발한 RF/IC카드및 단말시스템이 전국의 버스와 지하철 전자요금징수체계에 채택될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외산 카드와 시스템으로 인프라를 구축할 경우 비싼로열티를 지불해야할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에게 이분야 기술을 축적할수있는 기회마저 박탈하는 꼴』이라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렇게 될 경우 외산제품에 시장을 내주는 것뿐만 아니라 첨단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는 IC카드산업을 육성할수 있는 호기를 놓치게 된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RF/ IC카드를 생산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전국버스운송조합이나 지하철·철도청 등은 이점을 고려,국내 산업을 육성할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한다는 지적이다.

<구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