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버티기다.」
약 광고 문구가 아니다. 탈불황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오디오전문업체에서 곧잘 듣게 되는 말 가운데 하나다.
인켈·태광산업·아남전자·롯데전자·한국샤프 등 오디오 전문업체들은저마다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요즘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비용 지출을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가 하면 오히려 공격적인 마케팅과 제품력 강화로 불황에 맞서려는 업체도 있다.
군살빼기는 오디오 전문업체마다 볼 수 있는 불황 타개책이다.
인켈은 최근 사내 안팎의 행사를 대폭 줄였다. 연중 3∼4개의 대규모 행사를 가졌던 이 회사는 최근 수요 확대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대학로 거리축제 등 일부 행사를 빼고 대외행사를 대부분 중단했다. 워크숍 등 내부 행사도 되도록 자제하고 있다.
아남전자도 토요음악회를 제외한 대외행사를 모두 중단하는 한편 비용절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문업체들은 또 일괄적으로 적용했던 대리점 지원정책도 일부 대리점을선별 지원하는 쪽으로 바꿔나가고 있고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내보냈던 광고도 대폭 축소해 기획행사 등 판촉행사를 실시할 때에만 집중적으로 실시하는등 비용 절감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한 업체는 단순한 비용절감의 차원을 넘어서 일부 생산라인의 매각과 이를통한 공장 통합을 추진중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비용 절감이 탈불황을 위한 소극적인 방법이라면 유통망 확대와 제품경쟁력 강화는 적극적인 방법이다.
롯데전자는 기존 대리점망의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전국적으로 직영점포를 늘려나가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안으로 지금의 두배 수준인 10여개의 직영점을 확보할 계획이다.
태광산업은 전문가용 오디오 사업을 강화하기로 하고 기존 대리점 망과 별도로 고급오디오 유통망의 확보에 나서고 있다.
제품 차별화를 바탕으로 제품경쟁력을 높이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인켈은 최근 평면이 거의 없는 파격적인 디자인의 미니컴포넌트를 비롯해기존 제품과 뚜렷히 차별화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중이다.
태광산업은 다음달부터 올해말까지 모두 7종의 전문가용 오디오를 내놓고전문업체로서의 도약을 꿈꾸고 있고 아남전자와 롯데전자는 미니컴포넌트의고급화를 통해 다른 회사 제품과의 차별성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특히 태광산업과 아남전자는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고밀도 콤팩트디스크(HDCD) 방식의 CDP 개발에 나서는 등 고급 제품에 승부를 걸고 있다.
올들어 오디오 전문업체들의 매출실적은 저조하다.
지난 상반기까지 전문업체들이 기록한 오디오 매출(카세트류 제외)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남짓 줄어든 1천백22억원으로 추정됐다. 4% 정도 신장할 것이는 올초 예상에서 많이 빗나갔다.
같은기간 1% 정도 증가한 가전3사의 매출실적에 비하면 더욱 그러하다.
그렇지만 전문업체들은 내년부터 오디오시장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를버리지 않고 있다. 지난 80년대말부터 5년 넘게 불황이 이어졌던 일본 오디오시장이 93년 이후 활기를 되찾았던 것처럼 91년부터 불황에 휩싸인 우리오디오시장도 97년부터 점차 되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예상은 현재 우리나라 오디오시장상황이 5년전의 일본 오디오시장 상황과 비슷하다는 분석을 바탕에 두고 있다. 또 지난 상반기실적도 전반적인 가전 불황에 비춰보면 그리 나쁜 편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시장이 활성화하면 아무래도 제품력이 앞선 전문업체들이 유리하다는 게전문업체들의 판단이다. 조금만 참으면 된다는 게 전문업체들은 생각인 것이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