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 업계 매출부진으로 울상

국내 자동판매기업계가 올 상반기중 슬러시기·소프트아이스크림기 등 계절상품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부진해 울상이다. 여름철은 원래 비수기인 데다 지루한 비와 저온현상으로 대다수 품목의 매출이 기대에 못미쳤기때문이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슬러시기와 소프트아이스크림기 등 여름철 계절상품이 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제법 매출로 이어지기는 했으나 전체적인매출증대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이들 계절상품마저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품질문제로 제품출시 초기에 하자가 발생,품질이 안정된 후에야 본격적인 판매가 이뤄져 시장확대에 걸림돌이 됐다.

LG산전을 비롯해 삼성전자·해태전자·만도기계 등 자판기업체들은 올 상반기 여름철 비수기에 대비, 각각 소프트아이스크림기와 슬러시기를 앞다투어 OEM 또는 수입으로 판매에 나섰다. 이같은 배경에는 비수기에 대비한 점도 있었지만 각 사가 대리점에 반짝 상품을 제공함으로써 매출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리점의 이윤을 확보해주고 또 높은 이직률을 보이고 있는영업사원의 발목을 붙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행히 이러한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보성기전으로부터 슬러시기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공급받아 판매에나선 해태전자는 4월 이후 두달여만에 2천5백대를 판매했으며 세아물산으로부터 아이스크림기를 OEM방식으로 공급받아 1천여대나 판매했다. LG산전과삼성전자·만도기계도 날씨가 더워기지 시작한 4월 이후 6월말까지 슬러시기를 각각 1천5백여대, 1천여대, 7백여대 팔았으며 만도기계는 아이스크림기 3백여대를 팔아 제법 재미를 보았다.

해태전자가 슬러시기부문에서 단연 선두로 부상한 데는 다른 회사의 제품들과 차별화한 데서 찾을 수 있다. 다른 회사의 제품은 모두 식품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해태는 슬러시에 코인메커니즘을 장착, 자동판매기화함으로써식품허가가 필요없는 문방구 등에도 보급할 수 있었던 것이 판매확대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편 일반 자판기분야는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기 시작한 복합화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이 부문의 매출이 급증하기는 했으나 이 역시 전체 자판기사업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지는 못했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의견이다.

LG산전과 삼성전자는 커피·캔·복권 3종 겸용 자판기를 출시한 이래 상반기동안 각각 4천여대씩 판매했고 만도기계와 해태전자도 각각 1천5백여대, 1천여대를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및 자판기협회에 따르면 슬러시기 및 커피·캔을 포함한 상반기 전체판매대수는 삼성전자가 1만4천여대에 달했으며 LG산전이 1만2천여대, 만도기계 5천여대, 해태전자 4천5백여대, 롯데기공이 2천여대를 판매한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이에 따라 상반기에 국내 자판기시장이 부진을 면치 못하자 하반기에는 업체별로 신제품을 집중 출시, 상반기의 부진을 만회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LG산전과 삼성전자 모두 신형 커피·캔 자판기를 하반기중에 출시할 계획이며 만도기계도 기존 복합자판기의 스낵라인을 없애고 기종을 전면 교체한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해태전자도 올 하반기중 2∼3개 모델을 새로 내놓을 계획이다.

〈박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