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부품업체 변신서두른다..사업다각화로 불황타개

지난 수십년간 별다른 외도없이 줄곧 한 우물을 파며 우리나라 부품산업발전을 실질적으로 주도해온 중견 전자부품업체들이 최근 사업다각화, 혹은사업영역 확장을 통해 매우 의욕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어 주목된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부품업계가 경기침체, 세트 해외생산 확대,정보통신시장 부상, 인건비 상승, 후발국 추격 등의 환경변화로 총체적 위기국면을 맞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동종업계를 대표해온 주요 선발부품업체들이 새로운 변신을 통한 「활로찾기」를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다.

국내 인쇄회로기판(PCB)산업을 이끌어온 코리아써키트는 PCB제조기술을 모태로 반도체 테스트용 번인보드와 HDD어셈블리 등 PCB조립부문으로 사업다각화에 확실히 성공한 케이스. 이 회사는 최근엔 일본 히타치와 제휴, 드라이필름 등 PCB를 축으로 다양한 전자재료 및 케미컬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부품산업의 산증인인 삼화콘덴서는 수십년간 쌓은 콘덴서기술을 활용, 기술적으로 관련도가 높은 습도센서·EMI필터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또 삼화계열 페라이트코어업체인 삼화전자는 삼화텍콤을 통해 트랜스사업을 육성하는 한편 최근엔 새로운 유망분야인 EMI실드재료시장에 뛰어들었다.

스위치·볼륨·릴레이 등 회로전환부품업계의 대표격인 경인전자는 자사의스위기술을 최대한 활용한 리모컨시장에 이미 수년전에 뛰어들어 현재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으며, 최근엔 반월공장을 매각자금력을 바탕으로 기술관련도가 높은 센서 등 유망성 부품사업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줄곧 라디오용 튜너사업에 전력투구한 태봉전자는 해외에서스피커사업을 진행중인 것을 비롯해 통신시장의 부상을 겨냥, 튜너의 주파수신기술을 응용한 전압제어발진기(VCO)·전압제어수정발진기(VCXO)·온도보상형수정발진기(TCXO) 등 RF부품 전반으로 사업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수정디바이스업계 선두주자로 과거 사업다각화에 실패경험을 갖고 있는 싸니전기는 올해로 설립 30돌을 맞아 정책적으로 신규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특유의 무선통신기술을 접목한 무선통신기기나 통신모듈 쪽에서 사업확장을 물밑에서 추진중이다.

대표적 회로부품인 저항산업을 주도해온 한륙전자와 아비코는 저항기술을이용한 NTC서미스터(한륙)·적외선센서(아비코) 등 유관분야에서 신규사업참여를 모색하고 있고, 데크메커니즘업체인 새한정기는 AV기기의 핵심인 데크메커니즘 기술력을 바탕으로 CD체인저 등 완제품시장을 공략중이다.

또 전지부문의 대표업체인 로케트전기는 전략사업인 2차전지 이외에 휴대형 정보통신기기의 등장으로 새로운 수요가 일고 있는 이통기기용 배터리팩사업과 후발국을 대상으로 한 전지플랜트 수출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으며27년 경력의 리드와이어 전문업체인 대아리드선은 앞으로는 리드선만을 고집하지 않고 핀헤더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밖에 소형모터업체로 신규사업을 검토중인 성신, HIC업체로 VCO·TCXO등 RF부품시장에 뛰어든 단암산업, 통신부품·장비업체로 탈바꿈한 유양정보통신, PCB원판에서 PCB반제품인 매스램까지 육성중인 두산전자, 스피커 중심에서 정보통신으로 사업을 확장한 NK텔레콤(구 삼미기업), 한솔전자(구 한국마벧)등 각 부문의 국내 원조격인 중견 부품업체들의 사업다각화 및 사업확장이 뚜렷한 신조류를 형성하고 있다.

부품업계 관계자들은 『얼마전까지만해도 중견 부품업체들이 사업다각화보다는 기존 업종 고수에 비중을 두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엔 국내 부품산업의 위기의식이 고조되면서 오히려 변신에 대한 비중이 더 크다』며 『앞으로도 이같은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