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I기술이 아니었다면 「라이언킹」이나 「노틀담의 꼽추」와 같은 첨단애니메이션은 아예 작품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지난 6월 한국을 방문했던 월트디즈니사의 아트 코디네이터 「랜디 풀머」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데 있어 CGI(Computer Generated Imagery)의 중요성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미녀와 야수」의 볼룸댄스를 추는 부분을 비롯해 「라이언킹」의 들소떼장면, 지난 7월 개봉된 「노틀담의 꼽추」 중 군중시위 장면 등 이전의 애니메이션에서는 결코 상상하기 어려웠던 살아있는 영상들이 이 CGI를 통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랜디 풀머의 설명에서 나타나듯이 컴퓨터 합성기법을 의미하는 CGI는 최근들어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결정적인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사람의 수작업으로 처리하기에는 비용과 시간면에서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작업도 이 CGI를 이용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CGI가 화려한 영상창조의 마술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노틀담의 꼽추」 중 콰지모도와 에스메랄다의 탈출부분에 보여지는교회의 3D그래픽과 6천명이 운집한 군중신, 만우제 축제에서 술에 취한 난봉꾼들의 아수라장 장면들은 CGI를 활용한 첨단 애니메이션 영상의 진수를 보여준다.
CGI가 아니었다면 결코 가능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똑같은 동작을 하는 몇 컷의 인물을 겹쳐놓은 기존 기법과는 달리 이 장면에서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체형과 나이별로 몇 남자를 그린 후 이들이 할 수 있는 행동 몇가지를 그림으로 제작, 달리고 걷고 야유하고 싸우는 각각의 동작들을 서로 다른 인물과 합성시킨다. 컴퓨터를 이용해 이들에게 다른 의상과 머리모양 등을 만들어 주면 전체화면에는 각자 개성을 지닌 수많은 인물들로 가득 채워진다.
이같은 영상효과에도 불구하고 CGI가 애니메이션의 궁극적인 목표가 아닌것은 물론이다.
화면에 흐르는 빛이나 색상, 분위기 등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내는 모든 부분들은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다. 감성에 호소하는 최종적인 마무리는 컴퓨터와 기계가 아닌 사람들의 몫인 셈.
하지만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최근 몇년 동안 계속되어진 월드디즈니의애니메이션 열풍에 이 CGI가 큰 몫을 담당했다는 데 의견을 일치시키고 있다.
만화인물과 실제 인물과의 구분이 점차 사라지고 있고 애니메이션의 강점인 상상력의 표현도 더욱 세련되게 변모하고 있는 것.
CGI로 인해 영상이 바뀌었음은 물론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는평가다.
컴퓨터와 관련, 소프트웨어의 성능이 하루가 다르게 향상되고 있는 점에비춰볼 때 CGI가 만들어내는 첨단 영상이 과연 어디까지 발전될 수 있을지주목된다.
〈김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