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시나리오 경영기법 도입 바람

「모든 위험은 반드시 현실로 나타난다」는 인식 아래 미래의 환경변화에따른 시나리오를 설정, 이에 체계적으로 대비하는 새로운 경영기법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전자업계에 일고 있다.

이는 전자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데도 이를 정확히예측하기 힘들 뿐 아니라 중장기 경영전략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이같은 시나리오 경영기법 도입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그동안은 사업환경 변화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경영자의 의지에 따라 경영계획을 수립, 추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이제부터는 앞으로 닥칠수 있는 큰 변화요소들을 설정하고 이에 대비한 체계적인 시나리오를 만들어경영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현재 전자업체들이 시나리오 경영대상으로 꼽고 있는 요소는 정보(멀티미디어)사회로의 변화, 남북통일, 유통체계의 변화, 반도체 가격변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서도 반도체 가격변화에 대비한 시나리오 경영은 지난해 10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반도체 값이 예상을 뛰어넘는 급락현상을 보이면서 요즘도입의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 삼성전자·현대전자·LG반도체 등 반도체3사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또다시 가격 폭락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인식아래 시나리오 경영기법을 도입해 미리 대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보사회로의 변화에 대비한 시나리오 경영은 전자산업 전체적인 변화와현재의 관련제품 변화 등 그 대상이 다양하다. 그런 데도 일부 업체나 특정사업부에서 변화의 흐름을 막연하게 예측하고는 있지만 시나리오를 설정, 체계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현대전자 등 전자4사를 중심으로한 전자업체들은 정보사회의 모습이 아직은 매우 불확실하고 변화도 심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부분적으로 시나리오 경영기법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예를들어 멀티미디어 시대의 중심상품은 TV일까 PC일까,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의 등장으로 VCR는 사라질 것인지 등에서부터 개개인의 생활방식 변화에이르기까지 하나둘씩 가상경영 모델을 만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개방에 따른 유통체제 변화를 대상으로 한 시나리오 경영기법은 삼성전자가 이미 도입한 상태. 삼성전자는 시장개방 이후 전속대리점 체제가 어떻게 영향을 받을 것인지에 대해 몇 가지 시나리오를 설정, 사례별로 대응방안을 짜놓았다. LG전자와 대우전자도 시나리오 경영기법을 도입해 전속대리점 붕괴를 가정한 대응방안 등 체계적인 유통전략을 수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지난해초 LG전자 이헌조 前회장이 제창한, 원화환율이 달러당 3백원 시대에 진입할 경우 살아남기 위한 「3백대1운동」도 대표적인 시나리오경영기법으로 꼽힌다.

시나리오 경영기법은 더치셀 정유회사가 지난 68년에 에너지 위기가 일어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油價 시나리오」를 준비해 73년 1차 오일쇼크 때능동적으로 대처, 일약 세계 2위 업체로 도약한 데서부터 확산돼 왔다.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