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살롱] 한국과학기술원 윤덕용 원장

『과학기술을 국가나 국민이 요구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지 못한 것은 국내 과학기술의 연륜이 아직 일천하고 국민들의 인식부족도 한몫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과학기술의 요람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윤덕용 원장은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까지 과학기술분야가 올라가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워하면서도과학기술이 제대로 완성되기에는 장기적인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암기위주의 입시제도가 변화된 상황 적응력을 취약하게 만들었어요. KAIST에서 요구하는 수준은 입시시절보다 더 많은 연구와 학습을 필요로했고 학생들은 그런 부담을 이기지 못했어요』 윤 원장은 학생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을 이렇게 진단하면서 여기에다 개인적인 이유도 작용했다고 부연한다.

특히 젊은 학생들이 개인적인 이유보다 학업문제로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라면 과학기술교육정책에 대해 국민적합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AIST는 주입식교육에 길들여져 있는 학생들에게 연구중심의 강도높은 서구식 교육을 시도했다.

윤 원장은 『우리의 교육여건은 미국의 30년 전보다 못합니다. 교수 대 학생비율이나 실험시설, 과제수 등 선진국에 비해 형편없어요. 그런데 사회는세계 10위권 진입을 언제 할 것인지 만을 얘기해요. 그러다 보니까 연구중심으로 가야하고 교수와 학생들의 무리한 연구활동은 건강에 비상이 걸립니다』

윤 원장은 KAIST와 학생수가 비슷한 미국의 MIT대 간의 객관적인 비교표를제시했다. 학생수는 KAIST가 8천명, MIT가 1만명으로 MIT가 조금 많지만 1년예산을 보면 MIT가 1조원인데 반해 KAIST는 1천 2백억원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1년 박사배출 인원은 거의 비슷하고 교수들의 연구논문은 오히려KAIST가 많다.

KAIST는 학생자살소동을 통해 몇 가지 교육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 서구의 과학기술 전문교육만 전수 받고 그들의 전통교육은 가져오지 못해 학생들을 본능적 이기주의자로 만들고 있다.

그래서 KAIST는 인성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서구의 전통문화 교육을 수용하고 음악이나 체육·미술 등 교양과목을 보강하기로 했다.

또 과외 학생활동 생활을 권장하는 것도 KAIST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에 포함시킨다.

윤 원장은 『서울 홍릉에 있을 때는 학생수가 적어서 매년 여름방학을 이용해 가나안농원에서 봉사활동으로 싫시 했는데 대전으로 이전하면서 학생수가 급격히 늘어 중단했다』면서 『이를 내년부터 다시 재개할 생각입니다.

현재 봉사활동 대상기관을 물색하고 있다』고 말한다.

KAIST는 동아리 활성화를 위해 현재 유명무실한 단체들을 양성화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하기로 했다.

현재 상근근무자가 한 명도 없는 학생상담실도 전문인을 상근시켜 체계적인 학생관리를 하기로 했다.

교육과정도 실정에 맞게 고쳐나가기로 했다. 먼저 학사경고를 완화하고 제적을 당하면 다시 복학이 불가능한 교칙을 변경, 일정한 소양을 갖추면 복학을 허용하기로 했다.

국내 과학기술인력 부족에 대해 윤 원장은 『시장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일부 의견도 있지만 인력수급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지원과 학교의 노력이 조화롭게 이뤄져야 해결한다. 인력이 부족하다고 산업체를 통한 인력양성은 바람직하지 않다. 산업체는 단기교육을 통한 보충교육기관으로 남아야 한다』고 말한다.

인재양성은 기본적으로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다. 특히 과학기술인력은 투자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들어가는 돈도 많다.

『경제성장에 걸맞은 교육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과학기술은 단기적인성과를 기대해서는 안됩니다. 과학기술교육은 사회발전보다 한발 앞서 나가야 합니다. 현재의 각종 공해도 과학기술이 만들었지만 이의 해결도 과학기술만이 가능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자가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장기적인 교육의식이 필요합니다』

윤 원장은 매일 새벽 1시간 정도 테니스하는 것이 유일한 취미다. 별다른사회활동도 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를 운영하는데 그것도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진입하는데 모든 정열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과학기술 1세대인 윤 원장은 우리의 과학기술이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최대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