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북경에 간 일이 있다. 중간에 가까운 곳을 돌아볼 정도의 시간이 나자 주위에서 관광을 권했다. 아침에 관광안내를 해줄 아가씨가 호텔로찾아왔다. 「친 메이란」, 한국말로 김미란이란 조선족 아가씨였다. 친절도하지만 안내를 아주 잘했다. 우리의 짧은 역사 상식이나 심지어 관광 안내판에 쓰여진 내용을 그녀는 별로 언급하지 않았다. 주로 史·野史 중심으로 안내를 했다. 듣는 우리들은 시종 「재미는 있지만 이걸 어디 가서 얘기했다가바보소리 듣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그녀가 자부심에 넘쳐서 자주 하는 「우리나라가」 하는 대목에서 나는 처음에는 착각을했다. 한국 풍습을 간직하고 한국말을 하고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하는 이아가씨의 「우리나라」는 알고 보니 중국을 말하는 것이었다. 만리장성 가는길의 철도를 『외국인들이 모두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놓고야 말았다』고 하기에 나는 처음에는 「아무리 야사지만 그 시절에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여기까지 와서 철도를 놓나」고 생각했다.
중국에는 안녹산의 후예인 파란눈에서부터 아랍계통, 조선민족까지 다양한민족이 살고 있다. 중국은 소수 민족의 풍습을 존중하고 고유의 언어를 쓰게한다. 그러나 표준어는 하나다. 가까운 예로 얼마 전 조선족 「중국인」들의한민족제전에서 한국에서 온 가수가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한 것처럼 중국정부는 영토 안의 사람들이 「우리나라=중국」 개념에서 조금이라도 이탈하려는 기미가 보일 때는 여지없이 무자비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한다. 우리나라는 일본을 지나는 동경 135도 표준시를 쓴다. 중국은 동경 120도 표준시를쓴다. 미국은 4개의 표준시가 있다. 우리나라가 하나의 표준시를 쓰는 것과중국이 하나를 쓰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알래스카나 하와이를 제외하면 중국의 넓이는 미국의 그것과 거의 비슷하다. 중국의 모든 공무원이 오전 9시에 출근하고 오후 6시에 퇴근한다면 극단적으로 한쪽에서는 깜깜한 새벽 4시에 일어나서 4시 반에 아침 먹고 오후 5시 반에 내일 출근을 위해 이불 덮고누워가며 평생 살아야 한다는 얘기다. 우스개가 아니다.
컴퓨터를 사달라고 조르다 자살한 어린이나 컴퓨터를 못 사줘서 고민하는서민들의 이야기가 이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내로라하는 언론사들은 어린이부터 대학생·주부까지를 대상으로 인터넷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 효과중의 하나로 어린이가 영어를 일찍 익힐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영어를 모르면 인터넷을 활용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한글보다 영어를 익히는데 더욱 정성을 기울이는 경도가 많다. 여러 민족이 더불어 사는 중국이표준어를 정해 사용하는 것을 보고 느낀 점이 많다. 인터넷이 우리생활에 엄청난 편익을 주지만 그렇다고 국어를 배우고 익히는데 소홀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