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가전제품에 대한 특별소비세 인하를 보류하는 대신 조정관세 인상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조정관세 인상방안은전자산업의 경쟁력 강화보다는 정부의 무역수지 개선에 초점을 둔 것으로 선진국으로부터 불필요한 무역분쟁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는 등 여러가지 면에서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5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재정경제원은 최근 가전제품 수입증대가 무역수지적자를 부채질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일부 가전제품에 대한 조정관세 인상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중인 데 관세 인상품목은 그동안 특소세인하 품목으로 거론됐던 가전제품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그러나 이같은 관세조정은 산업경쟁력 제고차원보다는 무역수지 개선과 특소세 인하방침 철회에 따른 「업계 달래기」 등 다목적 효과를 노리고 있는것으로 특히 무역분쟁의 소지가 적지 않고 산업계의 경쟁력 제고와도 거리가먼 정책으로서 그 실효성에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수입급증 품목에 대한 관세 상향조정은 곧 국내산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조정관세 인상에 대한 절차의 투명성이 문제가 될 수 있고 대외적으로 한국이 수입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시대역행적시각을 무역국들에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 산업계의 주장이다.
또 6개월마다 연장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조정관세제는 일시적인 처방전에불과하므로 관세조정을 통해 국내산업을 보호하려 한다면 기본세율을 상향조정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특히 일부 관계자들은 재경원이 조정관세를 들고 나옴으로써 특소세율 고정에 따른 세수확보와 생색내기 등 특별히 손도 대지 않고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려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무역수지 적자 확대가 어디서 비롯된 것이냐는 점이다.
가전제품의 경우 일부품목을 제외하고는 거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컬러TV와 음향기기·전자레인지의 수입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일부계층의 사치풍조로 볼 수 있으나 이는 결코 조정관세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게산업계의 시각이다.
따라서 산업경쟁력을 통한 무역수지 적자 개선방안은 새롭게 마련돼야 하며 이를 위해선 가전제품 특소세 인하를 통한 내수 진작책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게 산업부처의 시각이다.
일시적인 단기처방보다는 보다 거시적이고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전자산업의 경쟁력 제고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모 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