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나 캔음료 자동판매기를 제법 장사가 된다는 곳에 설치하려면 얼마나들까. 가장 많이 팔린다는 대학의 도서관을 비롯해 예비군교육장 등 자판기운영업계에서 소문난 곳은 부르는 게 값이다.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수천만원까지 리베이트형식으로 수요처에게 제공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실은 이번에 두산음료가 자판기운영업을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사실로 밝혀졌다. 두산음료는 세계적 기업인 코카콜라社가 전세계적으로 풀서비스제를 실시하자 일본 코카콜라의 도움으로 지난 93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한 것.
풀서비스제란 음료회사가 자사 음료매출을 늘리기 위해 자동판매기를 구입·설치하고 음료 및 원료 일체를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단기적으로는현금을 확보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자사의 음료만을 공급함으로써 독점적 시장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대기업으로서는 구미가 당기는 사업이다.
두산음료는 이같은 풀서비스제를 실시하면서 장학금 등의 명목으로 자판기운영에 따른 수익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응찰, 기존 운영업자(오퍼레이터)들로부터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서울시 자동판매기판매업협동조합에 따르면 두산음료는 지난 95년 1월 한양여전의 자판기운영권(기계는 학교측 소유)에 대해 기존 임대료인 연 2천5백만원보다 턱없이 높은 4천1백70만원(기계포함)을 제시해 운영권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은 이에 대해 연간 재료비를 제외한 수익금이 3천만원선으로 추산되는데 두산은 터무니없이 1천1백80만원의 웃돈을 주고 운영권을따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자판기운영업은 일부 소매상이나 운영업자들이 주축이 돼 소규모로 이뤄져왔으나 최근 2∼3년사이 자판기운영 전문업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이처럼 자판기운영권을 둘러싼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94년말 성신여대의 자판기운영권 입찰의 경우만 하더라도 일진통상이7천만원을 제시했으며 두산음료가 5천만원, 삼성코인벤딩이 2천8백50만원,그리고 기존 운영업체인 대천실업은 2천7백만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진통상은 7천만원이라는 거액을 써냈으나 사업계획서 및 수지타산에 대한 학교측의 불신으로 낙찰받지 못했으며 결국 대기업인 두산에 운영권이 넘어갔다.
자판기운영권은 대학의 경우 학교측이 갖고 있거나 학생회가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어 느쪽이 소유하든지 장학금 명목의 리베이트는 입찰을 통해 적법하게(?) 오가고 있다.
물론 자판기운영업이 대형화되는 것은 바람직한 상황이다. 각종 재료비의절감은 물론 온라인시스템에 의한 원격관리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그러나 『두산처럼 기존 영세업자 죽이기식의 영업은 지양돼야 할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보광이나 랑광유통·홍익회 등 10개 업체가 대형 운영업체로손꼽히고 있으며 이번 지나친 낙찰가로 파문을 일으킨 두산음료는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 두산음료가 자판기운영업을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일자 업계의관계자들은 이를 자판기운영과 관련한 리베이트 등 모든 비리를 척결할 수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음료회사들이 자사음료매출을 올리기 위해 수요처에 무상으로 자판기를 대여해주던 영업방식도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