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반도체협정 타결의 합의사항으로 대두된 세계반도체협의회(WSC) 설립방침에 국내 반도체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알려진 대로라면 WSC는 그간 WSTS·SICAS·세마텍 등 등 각종 민간협의체가 해온 주요기능을 통합·수행함으로써 앞으로 반도체와 관련한 각종기술의 표준화와 각국 업계간 의견조정, 시장점유율 조정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핵심 국제기구의 역할을 하게 된다.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좀더 두고봐야 알겠지만 WSC가 발표되고 있는대로 기능을 갖게될 경우 세계 반도체 3위 국가인 우리나라의 WSC가입은 불가피하다. 가입을 미루거나도외시할 경우 미·일 협력체제의 틈바구니 속에서 소외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국내업체들이 이번 WSC설립과 관련해 눈여겨보는 문제는 관세다. 미·일은 WSC 회원가입 자격을 관세를 철폐한 국가로 제한한다는 단서조항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WSC의 가입요건을 갗추려면 현재 소자및 장비부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8%의 관세를 철폐해야 한다.
이미 관세철폐는 국내에서도 개선돼야 할 문제점으로 여러차례 지적돼온사항이어서 그리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다만 정부가 단계적인 순서를 밟아전반적으로 관세를 인하하거나 무세화하려던 당초 계획과는 달리 반도체만을우선적으로 전격 무관세할 것인지의 여부와 이 경우 미칠 충격파를 얼마나최소화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이 와관련 『그리 잃을 것은 없다』며 의외로 긍적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일단 WSC의 설립배경이 불투명하고 실체 또한 아직 불확실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일 양국이 이번에 WSC 설립을추진하는 의도는 아직도 0∼7%의 관세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EU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호들갑을 떨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특히 『이같은 비중있는 핵심기구가 탄생하려면 충분한 이견조율시간과 많은 국가의 참여가 필요한데 이번의 경우 미·일 반도체협정 타결을 위한 방편의 하나로 급조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관례상 그동안 민간기구들이 해온 여러 기능을 새로운 기구로 통합운영하는 것도 사실상 무리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미 타결된 것으로 알려진「미·일 반도체협정」마저도 시장점유목표·조사방법 등을 놓고 양국의 입장차이가 커 또다시 삐걱거리는 상황이어서 이번 WSC설립은 「해프닝」으로끝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