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맞이하면서 우리 사회는 전환기에 접어들고 있다. 정치와 사회분야의 민주화에 따라 국민의식의 다원화가 급진전되고 있으며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힘입어 생활수준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특히 컴퓨터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커뮤니케이션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한 예로 미국의 애틀랜타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우리 선수들이 서울에 있는 가족들과 화상을 통해 만나는 장면을 매스컴이 앞다투어 보도하는 것을 보면서 그와 같은변화의 한 단면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급격한 변화는 곧 사회구조나 문화양태, 생활양식의 변모로 이어지고있다. 실제로 우리의 내면적인 가치기준, 욕구성향이 달라짐에 따라 개인생활의 물적·제도적·문화적 기반이 전혀 새로운 차원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특히 전체 인구분포에서 전후 베이비붐세대나 신세대의 비중이 높아지면서그와 같은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세대는 자신의 판단기준 아래 삶을 스스로 표현하는 「유연한 개인주의(Flexible Individualism)」를 추구하고 있으며 타인의 가치관이나 생활방식에 관여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지금까지의 제품은 기술·생산·가격 등과 같은 물질적인 가치를 중시하는기능적인 사고에 기초함으로써 인간이 진정으로 기대하는 좀 더 풍요롭고 의미있는 제품의 기호가치(정신적 가치) 창출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초기술적·탈물질적인 가치관의 확산과 더불어 제품에서 인간의 감성적 가치가 더욱 중요시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앞으로의 시대는 「감성시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우리 생활 속에서 감성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최근 디자인의 중요성이 크게대두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감성이란 원래 이성·오성과 함께 인간의 인식능력의 하나로 인간과 세계를 잇는 역할을 함으로써 디자인과 밀접한 관련을 맺게 된다. 디자인분야에서 감성적 접근,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 휴먼웨어(Humanware)적 접근 등이 강조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감성시대에는 무슨 제품을 갖고 있느냐보다 어떤 제품이 적합한 것이냐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 된다. 즉 일반적인 오디오를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한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어떤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고 어떻게 디자인된오디오를 갖고 있느냐가 더욱 중요시 된다.
이것은 앨빈 토플러가 주장한 프로슈머(Prosumer:Producer와 Consumer의합성어)라는 개념과 같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의 계획 아래 연출하고 소비하려는 새로운 형태의 인간상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이른바 소비자가 제품의 디자인에 어떤 형태로든 참여하는 폭이 넓어지게 될것임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디자인을 통한 차별화야 말로 감성시대의 전형적인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환경속에서 점점 더 복잡 다양해지고 개성화되고 있는 소비자의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가전분야에서도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이 선보이고있다.
이는 곧 소비자의 감성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제품개발에 주력해 디자인을통한 고부가차치 제고를 도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감성시대의 디자인은 종전의 스타일링 위주의 소극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새로운 필요를 발견하고 부가가치와 이미지를 만드는 기업경영의 전략적 수단으로 그영역을 넓혀가야 할 것이다.
金哲浩 LG전자 디자인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