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국내 LED산업 긴급점검 (상);업계현황

70년대 후반부터 고휘도·저전력·저가격 등의 특성으로 전자분야의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해온 발광다이오드(LED)업체들이 최근 몇년째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특히 최근 세트경기의 침체, 값싼 외산제품의 공세, 엔저 등국내외적 환경변화에 대응, LED업계도 고부가가치제품 중심으로 사업다각화를 모색하거나 해외시장 진출을 적극 검토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좀처럼 사정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같은 시점에서 총 3회에 걸쳐 국내 LED산업의 현주소와 업계의 당면문제를 점검함으로써 향후전망과 대응방안을 모색해 보기로 한다.〈편집자〉

1.LED업계 현황

LED(Light Emitting Diode)는 갈륨비소 등의 화합물에 전류를 흘려 빛을발산하는 반도체소자로 가전·통신·사무·광학기기 등 그 활용범위가 무궁무진한 대표적인 범용 표시소자다.

미국에서 지난 68년 적색 LED가 첫 개발된 이후 LED 응용제품은 우리생활곳곳에서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컴퓨터 작동을 알리는 황색 LED, 커피자판기·대형 전자시계에 적색 LED, 키폰·핸드폰의 녹색 LED 등 우리 주변에서 LED의 관련제품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근래에는 팩시밀리·프린터·광통신의 광원 등 최첨단 분야에도 LED가 사용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 LED(IR LED)는 카메라의 자동화장치·의료용기기·광을 이용한 각종 센서에서 필수적이다. 특히 전자분야에서 LED는 디스플레이 분야의 감초라 불릴 정도로 빼놓을 수 없는 핵심부품이다.

LED는 크게 화합물 반도체를 이용한 칩과 이를 응용한 제품으로 대별할 수있다. 현재 LED칩은 일본에서 대량생산에 성공, 세계시장에 공급하고 있는데일본의 대표적 기업인 마쓰시타전기·샤프 등에서 세계 LED칩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꿈의 소자」라 불리는 최첨단소자인 청색 LED는 최근 샤프에 이어 일본 산요전기가 개발에 성공하는 등 국내보다는 일본에서 핵심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삼성전기와광전자가 국내 LED칩시장의 10∼15%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청색 LED생산업체는 전무한 형편이다. 삼성전기·LG전자 등 일부 대기업에서 개발중이나 아직 상용화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이같은 재료부문의 열세는국내 LED업계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핵심소자를 일본 등에 의존하는 한LED시장의 구조적 문제점은 해결하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국내 LED업계는 외국에서 칩을 수입해 LED램프·디스플레이·모듈 등을 생산하는 조립업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핵심소자의 대일종속, 그리고 이에 따른 불안정한 수급구조는 LED업계가 반드시 넘어야할 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에서 LED를 이용한 응용제품이 첫선을 보인 것은 지난 70년 페어차일드社 옵토사업부에서 램프를 생산하면서부터다. 이어 한국전자가 76년 일본도시바에 OEM방식으로 LED램프를 수출하면서 국내에서도 그 영역을 구축하기시작했고 이후 70년대 말부터 80년대 후반까지 우후죽순처럼 LED관련 업체들이 시장에 가세했다.

대표적인 LED업체로는 자본과 기술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한국전자·로옴코리아·광전자·유진전자공업 등 중견 부품업체들을 들 수 있다. 그리고 그뒤를 이어 주로 주문생산방식에 의존하는 주문형 디스플레이 생산업체인 원광전자·서울반도체·삼광반도체·광영반도체·동영반도체·태광반도체 등대다수의 중소업체들이 LED시장의 한 축을 형성하는 등 현재 국내 LED관련제품 생산업체 수는 10∼15개 정도로 파악된다.

LED시장은 80년대 후반 초호황을 누리다가 90년대부터 침체되기 시작해 지금까지도 긴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몇년간 물가인상률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매출액 증가는 없었다고 하소연한다. 여기에다 LED램프 등 부가가치가 낮은 품목은 동남아·대만 등지의 값싼 저가품 공세로급격히 사양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자금부족으로 인한 기술개발의 열세와고임금 등 중소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이 주 요인으로 꼽히며 여기에 최근 세트업체의 불황, 외산에 대한 경쟁력 약화, 엔저로 인한 수출부진등 여러 요인이 이중삼중으로 겹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는 진단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국내 LED업계는 「칩의 대일종속」이라는 절름발이식 생산구조와 △국내 가전시장의 위축 △대만·중국 등지의 값싼 저가품 공세 △국내생산인력 부족 및 고임금 △엔저로 인한 수출부진 등 복합적 요인으로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