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요인과 향후 판도
80년대부터 단일시장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던 발광다이오드(LED)시장이 90년대 들어 수년째 하향세를 나타내면서 깊은 침체의 수렁에 빠져들고있다. 이같은 장기침체는 시장수요의 급격한 변화에 그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LED시장의 변화는 세트시장과 궤를 같이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의 급격한 시장위축은 세트시장의 침체에도 그 원인이 있겠지만 가전기기등 전자제품의 발전추세와도 맞물려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변화는 몇가지로 나누어 설명될 수 있다.
첫째는 전자제품의 고기능화·고급화로 각종 디스플레이 부품이 점점 세련되고 첨단화되고 있어 단순 온·오프 기능에 그쳤던 기존 LED응용부품으로는이를 소화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LED의 최대 장점이었던 높은 휘도와저렴한 가격만으로는 더이상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두번째로 LCD·전계발광소자(EL) 등 새로운 표시소자의 개발이 잇따르면서LED가 설자리를 점차 잃거나 신규 수요창출에 한계를 맞고 있는 점이다. 경박단소화되는 세트의 추세에 맞춘 새로운 디스플레이소자 개발이 잇따르면서LED시장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시장침체의 요인으로해석된다.
이외에도 80년대 중반과 후반 이후 국내 LED업체가 우후죽순격으로 증가,좁은 시장에 50개업체가 범람해 치열한 출혈경쟁을 벌여 시장질서를 흐려놓았던 것도 한 원인으로 풀이된다.
동남아산 저가품도 최근 장기침체를 설명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요인으로지적된다. 대만의 라이톤·에버그린社 등은 국산보다 20∼30% 낮은 가격으로공급, 급속히 시장을 잠식해 현재 LED램프 등 범용제품의 경우 국내시장의 50∼60% 정도를 잠식했다. 품질 등에 있어서도 별다른 차별성이 없어 앞으로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국내 LED시장은 5백억∼6백억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는 초호황을 보였던 80년대 후반과 비교해 불과 5∼10% 정도 늘어난 것』이라고 말하고 『한때 50여개에 달했던 LED관련업체 수가 현재 10∼15개정도로 1차 정리됐지만 이조차도 많은 실정』이라고 하소연한다.
이에 따라 LED시장은 그동안 주력군을 형성하던 LED램프가 급격히 사양화되고 LED픽셀 등 고부가제품이 새로 부상하는 한편 업체들도 범용제품보다는주문형제품에 의존하는 등 일대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LED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주력제품군의 변화다. LED시장 초기부터 강세를보여왔던 LED램프 등 범용제품이 90년대 들어 점차 퇴조를 보이면서 온도·습도 등 가전제품의 각종 첨단기능을 표시할 수 있는 LED디스플레이 등 주문형제품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 LED업체들의 대부분이 이들 주문형제품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광반도체은 이미 과거 주력했던 LED램프 생산을 중단하고 전자제품에 주로 채용되는 LED디스플레이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전광판용 LED모듈생산에도 박차를 가하는 등 점차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사업방향을 잡아가고있다. 서울반도체도 생산품의 전량을 주문형제품으로 전환했으며, 동영반도체·광영반도체 등도 기존 범용제품보다는 주문형 LED디스플레이 제품에 주력하고 있다.
이같은 변화와 맞물려 중소 LED업체들이 기존의 독립적인 판매체제에서 세트업체와 협력을 통한 생산·판매구조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추세가 되고 있다. 서울반도체는 전 제품을 삼성전자에 일괄 납품하고 있으며, 삼광반도체는 LG전자에, 동영반도체는 대우전자에 주로 납품하는 등 세트업체와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다.
또 하나의 변화는 한국전자 등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춘 중견업체들이 전광판용 LED픽셀을 비롯한 포토다이오드·포토커플러 등 포토디바이스 분야의고부가가치제품으로 급속히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는 점. 한국전자는 올 하반기에 LED픽셀과 포토커플러를 개발, 시장에 본격 참여했다. 대표적인 LED생산업체인 광전자·원광전자도 칩LED·포토다이오드 등의 생산체제를 갖추고시장참여를 선언했다. 삼성전관도 기존 4개품목에 불과하던 LED픽셀을 최근12개품목으로 확대하고 앞으로 전광판용 LED픽셀 생산을 대폭 늘릴 방침이다. 이외에도 삼미기술산업·로옴코리아·유니스반도체 등이 포토다이오드·LED픽셀시장에 신규 진출하는 등 불황타개를 위한 중견부품업체들의 제품구조 고부가화가 잇따르고 있다.
결국 최근 LED시장의 장기침체는 수요가 정점에 달한 것도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을 수 있겠지만 출혈경쟁으로 인한 제품가격의 동결, 원가의 70%를차지하는 소재 및 원부자재의 대일종속, 자본과 기술력의 부족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의 한계, 대만 등 외산제품에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가격경쟁력 등에서 그 원인을 을 수 있다.
이같은 상황과 맞물려 최근 들어서는 시장주력제품군이 변화하고 선·후발업체간의 경쟁도 가열되고 있어 LED시장에 또 한차례의 파란을 예고하고있다.
〈강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