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 혁명] 차세대TV들 (3);레이저TV

독일에서는 최근 레이저TV라는 새로운 TV기술이 모색되고 있다.

아직 시제품 개발 단계에 있지만 이 제품은 화질이 뛰어나고 마음대로 영상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차세대TV로 떠오르고 있다.

레이저TV는 적·녹·청 등 3색의 레이저빛이 줌렌즈와 같은 구실을 하는프로젝터를 통과해 스크린에 영상을 맺는다. 언뜻 보면 지금의 프로젝션TV의원리와 같다.

그런데 레이저TV는 직진성이 강한 레이저의 특성상 화면의 선명도가 프로젝션TV보다 훨씬 뛰어나다.

음극선빔을 사용하는 기존 프로젝션TV의 경우 화면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빛의 산란(굴절)현상이 발생한다. 반면 레이저TV는 수많은 빛이 빠른속도로 스크린을 투시하며 직선으로 이미지를 형성한다. 레이저 빛이 초당 1천회속도로 회전하는 32각형 거울조각에 쏘아져 초당 3만2천개의 이미지선을만드는 것이다.

레이저의 직진성 때문에 레이저TV는 화질이 선명하며 보는 사람들의 눈이덜 피로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레이저TV는 밝기도 뛰어나 TV를 보기 위해 주위를 어둡게 해야 하는 프로젝션TV의 불편함도 없다.

이밖에 레이저TV는 NTSC·PAL 등 기존 아날로그방식은 물론 디지털 고선명TV(HDTV)를 비롯한 여러 방송방식 표준에 맞출 수 있는 유연성도 있다.

무엇보다 레이저TV는 화면의 크기를 어디에서나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최대 가로 2m 크기의 대형화면을 만들 수 있다. 심지어 천장에 영상을 맺게 해 누워서 볼 수도 있다.

현재 레이저TV를 개발하고 있는 업체는 독일의 레이저 디스플레이 테크놀로지(LDT)社 하나뿐이다. 이 회사는 「슈나이더 룬트푼크 베르크」사와 「테믹 텔레푼켄 마이크로일렉트로닉」사와 레이저TV 생산을 위해 합작한 회사다.

LDT는 옛 동독의 방위산업체가 러시아에서 전송된 위성사진을 분석하는 데사용했던 레이저기술을 TV에 응용해 레이저TV를 개발했다.

올초 시제품을 내놓은 이 회사는 내년중으로 전문가용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다이오드 방식의 고체 레이저를 이 제품의 소비자가격은 18만달러에이른다. 일반 가정으로의 보급이 당장 어려운 것이다.

그렇지만 LDT는 앞으로 3∼4년 안에 반도체방식의 레이저를 사용한 가정용제품을 3천달러 정도에 내놓을 방침이다. 레이저TV의 본격적인 상용화는 이때부터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레이저TV는 그러나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독일의 특정 회사만이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 레이저TV의 한계라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가전3사의 관계자들은 『레이저TV에 대한 기술 정보가 거의 없어 섣불리판단하기 어렵지만 한 회사만이 독자적으로 추진하기에는 투자부담이 크고기술 확보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레이저TV의 장래에 대해 대부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레이저TV가 기존 TV와 비교해 화질과 기능이 뛰어나고 제조비용의 부담도 적다면 뜻밖의 성공을 거둘 수도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일부 있다. 내년에 나올 레이저TV가 말그대로 획기적인 제품이라면 다른 업체들도독일업체와 제휴를 맺지 않을 수 없고 이 경우 레이저TV는 차세대TV로 떠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어쨌든 현재 미국과 일본업체들이 고선명TV와 디지털TV 등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은 레이저TV에 불리하다.

레이저TV의 또 다른 문제는 안전성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슈나이더社가 레이저TV 개발을 발표하자 마자 레이저 빛이 사람의 눈에 닿으면 시각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인체에 유해하다는 지적이 빗발치듯 제기됐다.

슈나이더사는 이 지적을 일부 수긍하면서도 센서를 부착해 사람이 어른거리기만 해도 빛의 투사를 막는 장치를 마련하면 레이저TV의 안전성에 문제가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렇지만 오락기능이 강한 TV에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는 것 자체가 레이저TV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레이저TV는 그 뛰어난 성능 때문에 차세대 TV로서의 가능성을 항상 갖고 있다.

슈나이더사는 오는 2000년대 초 대형화면TV 시장의 10%는 레이저TV가 점유할 것으로 장담하고 있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