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소프트웨어 분야의 원청업체의 주문에 따라 하청업체가 코딩 등 세부작업을 하는 형태의 순수 하청은 국내 기업들의 독특한 업무관행상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수 없다는 점에서 대부분 꺼리고 있다. 대신 초기단계인 요구분석부터 개발 전과정을 담당하는 협력하청의 경우는 책임소재가 명확하다는 점에서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형태의 하청은 단일 업체가 소프트웨어의 모든 기능을 개발해야 하는부담을 덜고 전문업체의 특성을 살려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와 IBM 등은 각각 운영체계(OS)주요 상품인 「윈도95」 「OS/2 워프」 등에 미 힐그레이브사의 통신용 소프트웨어인 「하이퍼터미널」을 탑재해 OS 상에서 통신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 회사들은 또 메모리 최적화·일정관리·바이러스백신 등 유틸리티프로그램의 대부문을 외부 업체가 제공한 모듈을 OEM방식으로 제공받아OS의 한 기능으로 내장하고 있다. 따라서 「윈도95」의 경우 어떤 의미에서는 이들 모듈이 모여서 하나의 제대로 된 소프트웨어로 탄생했다고 볼 수있는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외국기업들은 특히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협력 하청업체들에 대한 개발력과 기업적 존재를 예우해주는 것이 보통이다. 예우의 형태는 자사 패키지에 모듈을 제공한 업체들의 이름이나 제품명을 어떤 형태로든 밝혀 원하청관계가 동등한 입장임을 강조한다.
국내 패키지 소프트웨어분야에서 이같은 원하청관계가 무난하게 이뤄지는곳은 워드프로세서 등 업무용 프로그램업체들과 서체(font)프로그램 개발 업계이다. 상대방의 노하우와 기술이 결합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보통이며 원하청 비지니스도 비교적 동등한 입장에서 이루어진다.
한양시스템의 강경수사장은 최근 서체 협력관계에 대해 『한글과컴퓨터·삼성전자·포스데이타 국내 대부분 패키지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전문업체들의서체를 라이센스 계약 또는 일괄 구매 등 형태로 구입해 사용하며 제품명을밝히고 있다』며 『이는 대부분 서체업체들이 전체 수입의 30∼60%를 의존할정도로 가장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협력하청 형태라고 볼 수 있다』고 밝히고있다.
그러나 서체 이외의 분야에서는 이같은 동등하고 우호적인 원하청관계를찾아 볼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는 SI분야의 경우처럼 원하청관계가 대부분 대기업과 개발력은 있지만 항상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간에이루어지는 계약의 특성 때문이다. 따라서 이같은 유형의 이루어질 경우 SI분야와 거의 유사한 상하종속관계로 변질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변질된원하청관계는 대개 하청업체인 중소기업의 저작권을 원청업체인 대기업이 처음부터 인정하려 들지 않는데서 비롯된다. 그 결과는 대기업인 원청자가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 개발자의 저작권을 헐값에 사들이는 형태로 나타나기일쑤다.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은 요구분석에서 설계, 코딩, 입력 등 전과정의 개발과정에 자사 비용을 정상적으로 투입하고도 판로나 마키팅력의 부족으로 대기업의 회유에 넘어가고 마는 것이다.
대기업의 이같은 저작권 소유욕은 궁극적으로 중소기업이 운신할 수 있는토양들을 황폐화시키고 나아가서는 새로운 제품 개발의욕을 꺾는 가장 큰폐단으로 지적되고 있다.
<함종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