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업계 하도급 실태-대기업-중소업체 부익부 빈익빈

시스템통합(SI)분야가 대형화되고 복잡해지면서 프로젝트 수행 관행이 전담사업자(원청)와 요소기술별 하청업체들에 의한 협력관계로 추진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이같은 원청·하청 관계는 대그룹 계열 SI업체들이 그룹내 전산화 프로젝트를 완료한 뒤 대외 SI사업에 진출한 2~3년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시작했다. 각사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삼성데이타시스템(SDS)·LG-EDS시스템·포스데이타·현대정보기술·쌍용정보통신 등 대형 SI업체들은 70~80여개의 중소기업을 협력사로 두고 있다. 또 농심데이타시스템·기아정보시스템·미원정보기술 등 중견 SI기업들도 10∼20여 협력사를 거느리고 있다.

대부분의 대형 SI업체는 매년초 협력업체를 선정하고 프로젝트별로 요소기술이 필요할 때마다 중소 협력업체를 발굴,위탁개발을 추진하고 있고 이같은사례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는 SI프로젝트가 대형화돼 가고 동시에 컨설팅 등과 같은 상위 공정에서각종 기술을 통합할 수 있는 하위 공정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를 전문적으로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업자가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하도급 관계 때문에 발생하는 원·하청업체간 갈등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보다 심각한 것은 이같은 갈등이 대형SI업체와 중소 협력업체간 부빈부빈익빈 현상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중소업체들의 경우 전문기술 습득은 요원한 사안이며 심지어는자금난으로 부침을 거듭, 전체 프로젝트 사업추진이 안정적이지 못하는 결과까지 초래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원·하청업체간 하도급 대금지불방법을 따르지 않고협력업체와의 협력관계를 상하 종속관계로 인식하고 있는 원청업체의 불공정관행을 들 수 있다.

이를테면 대금지불방법에서 위탁개발자금의 경우 원청업체는 사업초기에전체 개발금액의 30% 정도를 착수금조로 하청업체에 지불돼야만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하다. 이에따라 협력업체들은 초기 개발비용을 자사가 부담함으로써 자금난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개발프로젝트의 규모를 정확히 산출하지 못했을 경우 그에 따른 초과비용은 전적으로 하청업체의 몫으로 돌아가는 관행도 원청업체의 횡포라고 할수 있다.

일본의 경우 위탁개발시 착수금은 물론 매달 사업추진실적에 따라 개발비가 지불되며, 대기업이 알아서 대금관계를 처리해주므로 자금 압박은 거의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가세를 어느편에서 납부해야되는 문제는 보다 심각하다. 하청 계약시 원청업체인 대형 SI사업자는 발주업체(고객)로부터 부가세를 받아 낼수 있지만협력사는 세법상 단순 인력지원만 했다는 이유로 부가세 감면 혜택을 받지못하는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원청업체가 고객과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선발주를 받아 하청업체들에 용역을 수행케 하는 경우도 문제가 되고 있다. 원청업체가 발주자와 계약이전이므로 초기 개발비용 투입은 모두 하청업체의 몫으로 돌아가는데 이때문에 심각한 자금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원청업체는 고객사와 연간 단가계약으로 현장파견 비용 등 각종부대 수익을 얻고 있으나 협력사에게는 하도급계약시 맺은 단가만이 적용되는 실정이어서 원가산출개념 없이 일괄처리되고 있다는 지적도 높다.

한편 업계 전문가들은 원·하청업체 간에 나타나고 있는 불합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동반자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중소 하청업체들의 경우 독자적인 기술 전문화를 통해 지위향상을 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대기업 원청업체들은 중소 기업 인력의 효과적인 활용을 위한 교육지원 등이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구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