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급증하고 있는 여성 운전자들이 새 차를 뽑고 가장 난감해 하는것이 바로 운전석 높이다. 대부분의 자동차가 정상적인 남성 체형에 맞춰 설계됐기 때문에 여성(일부 키작은 남성 포함)들은 목을 빼고 불편하게 운전해야 한다. 이에 따라 자동차 메이커의 소비자 관련부서에는 『자동차 운전석의 높낮이 조정장치를 만들어 달라』는 소비자의 주문이 쇄도하고 있으나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 제품개발에 반영하는 국내 자동차 메이커는 극히 드물다.
그러나 「소비자의 니즈(Needs)를 반영한 물건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필수 경영이념으로 삼고 있는 일본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개발단계에서부터 고객만족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지난91년부터 정부 주도하에 추진중인 「감성공학」 연구가 이를 방증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자동차 관련업체 80여곳이 참여,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감성공학 프로젝트는 「인간의 기분까지 알아서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슬로건 아래 2000년까지 2백억엔이 투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미 운전자가 졸릴 때창이 저절로 열리거나 휴식을 권하는 경보음이 울리는 첨단기능이 속속 개발, 응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기 이전에 메이커 스스로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정확히 파악, 이를 반영한 제품을 출시하는것이 바로 일본의 자동차 메이커라 아니할 수 없다.
물론 물건이 별로 없고 서비스의 질이 전반적으로 낮았던 시절에는 소비자들이 메이커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물건이 이것밖에 없으니사고 싶으면 사고 사기 싫으면 말아라」하는 식의 일방적인 셀러스 마켓이가능했다. 그러나 생활수준이 높아지고 제품이 다양화되면서 이제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기능과 수준이 아니면 거들떠 보지 않을 정도로 도도해졌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는 전담조직을 만들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전사적으로 펼치는 기업과 이윤추구에 집착해 고객만족을 외면하는 기업,과연 어떤 기업이 도래하는 「바이어스 마켓(소비자 지향형 시장)」시대의승자가 될지는 불보듯 뻔하다.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이 서둘러 평생고객을만들기 위한 애프터 마케팅(After Marketing)에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