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R의 생명은 화질이다. 아무리 기능이 다양해도 화질이 좋지 않은 VCR는아무래도 소비자가 외면하기 마련이다.
한 가전업체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구입시 비중을 두는 요건에 대해 응답자의 36.3%가 기능을 꼽았지만 사용할 때에는 화질이 가장 중요하다는 응답이 56.5%에 달했다.
VCR 제조업체들은 신제품 개발시 화질 개선에 역점을 둔다.
VCR의 화질은 헤드와 헤드드럼에 의해 결정되는데 VCR업체들은 헤드 수를늘리거나 소재를 바꾸는 등 이들 핵심부품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그런데 일반 소비자들이 쉽게 오해하는 게 있다. 소비자들은 헤드 수가 많을수록 곧 화질이 좋은 제품이라고 여기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VCR의 헤드는 두개다. 각각 영상신호와 음성신호를 읽는데 4헤드의 경우 영상과 음성신호를 각각 두 채널로 읽어 신호 해독능력을 늘린 것이다. 여기까지는 헤드수가 많을수록 화질은 좋다는 생각은 옳다.
그런데 헤드 수가 6헤드를 넘을 경우 헤드 수와 화질과는 관계가 없다.
추가되는 헤드는 하이파이 또는 음성다중스테레오나 2배속 및 3배속 녹화·재생 등의 기능에 쓰인다. 이같은 기능은 화질과는 관련이 없다. 6헤드VCR와 4헤드VCR의 화질은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헤드수가 많으면 화질이 좋다는 오해는 지나치게 헤드수를 강조해온 VCR제조업체들에 책임이 있다.
화질의 좋고 나쁨은 헤드수보다는 신호 처리능력에 달려 있다. 이를위해가전3사는 저마다 신소재인 다이아먼드성 카본을 헤드나 헤드드럼에 코팅해다이아몬드 코팅헤드(삼성), 비취빛 다이아몬드 헤드드럼(대우), 아모퍼스헤드드럼(LG) 등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 소재를 채용한 제품은 신호처리능력이 뛰어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실제로 헤드와 헤드드럼에는 이물질이적게 쌓이고 테이프의 손상도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개선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로인해 오히려 화질이 더욱 나빠질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는 전문가도 있다.
헤드와 헤드드럼에 다이아먼드를 코팅한 제품은 사용하면서 점차 코팅이벗겨진다. 그 결과 헤드나 헤드드럼의 표면이 울퉁불퉁하게 되며 테이프도자주 손상시키게 된다. 신호를 읽는 능력(재생능력)도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코팅된 부분이 오랫동안 마모되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데 가전3사는 현재까지 그 묘책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좋은 화질을 얻기 위해서는 헤드드럼의 재질을 개선하는 것 보다는 테이프의 떨림을 방지할 수 있는 안정적인 시스템 설계가 더욱 중요하다.
VCR 신제품은 대부분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스스로 문제를 발견해소비자에게 알려주는 자기진단기능도 있고 테이프의 손상된 부분을 보정하는기능도 있다. 테이프를 삽입하면 자동적으로 TV화면이 비디오화면으로 바뀌고 화면에 나온 그림메뉴로 조작할 수 있는등 종전보다 사용하기가 쉬워졌다. 3배속 녹화·재생과 같이 테이프의 수명을 3배로 늘린 제품도 있다.
이같은 VCR의 기능도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
테이프 신호 보정기능은 그 장점에도 불구하고 인접한 정상신호까지 왜곡시켜 화질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있다. 3배속 녹화 또는 재생시에는 전용헤드를 쓰기 때문에 헤드드럼이 안정돼 있지 않으면 화면의 떨림현상이 나타날수 있다.
국산 고급형 VCR는 화질을 비롯한 대부분 기능에서 일본 제품에 비해 그리뒤지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렇지만 색 신호처리IC와 같은 핵심 부품은 국산화가 미진한 상태다. 국산 VCR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국내 가전업체들이 이같은핵심부품의 개발에 더욱 힘써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신화수 기자〉